예보부터 복구까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수도 서울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폭우와 뒤이은 산사태 및 침수사고에 대처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위기관리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재난 예보 시스템에서 위기대응 매뉴얼 실행, 피해 복구까지 하나도 제대로 작동된 게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물난리 피해를 정부 당국의 불협화음이 빚은 총체적 부실의 전형으로 규정했다.
예보 시스템부터 문제였다. 소방방재청은 '재난문자 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은 갖추고 있었지만 '집중호우에 대비해 안전에 주의하라'는 문자는 26일 오후 한 차례만 발송됐다. 피해가 커지기 직전인 27일 오전에는 경고도 없었다. 그나마 스마트폰 등 3G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이 문자마저도 볼 수 없었다. 정부가 3G 휴대전화를 새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재난문자 방송 기능을 집어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트위터 등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되는 정보가 물난리 피해를 줄이는 데 더 유효했다. 회사원 박모(24)씨는 29일 "정보통신(IT) 강국은 시민들에게만 해당됐다. 정부는 'IT 무능 정부'의 전형만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또 산림청이 기상청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산사태 시스템을 가동해 위험 지자체 관계자에게 단문문자메시지(SMS)로 위험 경고를 보내지만 전혀 도움이 안됐다. 보내는 정부나 받는 지자체나 모두 형식적으로 취급해 무시하기 때문이다. 재난 대비 매뉴얼은 부실했고, 그나마 산사태 관련 매뉴얼은 아예 없었다.
특히 대형사고가 난 서초구의 경우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예방공사 계획만하고 실제 집행은 안 했다. 안일한 대처가 무고한 시민을 희생 시킨 것이다.
피해가 발생한 뒤의 대처도 수준 이하였다. 이미 주요 간선도로의 침수가 이뤄진 뒤에야 경찰이 교통 통제에 나섰고, 관할 구청은 그나마 손을 놓고 있었다. 심지어 우면산 산사태 희생자를 놓고 사망자 집계도 오락가락했다. 27일 오후부터 28일 밤까지 사망자는 16명, 15명, 18명, 16명을 오갔다. 소방방재청, 일선 소방서, 현장 관계자, 경찰, 구청의 집계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따로따로 돌아가는 재난시스템도 문제다. 소방방재청은 태풍 폭설 지진 등 자연 재난과 폭발 화재 같은 인적 재난을 담당한다. 행정안전부는 전염병, 구제역 등 사회적 재난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번 우면산 사태에서 보듯 군, 경찰, 지자체 공무원간 상호 유기적인 협조 체제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시스템이 다르다 보니 복구 과정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았다. 산사태 피해를 입은 방배동 아파트의 주민 김모(57)씨는 "구청에 지원 문의를 하면 서울시에 물어보라 하고, 지원 나온 경찰과 소방관은 다른 데만 신경 쓰고 체계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국가 재난 관리시스템과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준 건국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87조원을 투자해 자연재해를 사전 예방하는 신국가 방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눈 앞의 재해엔 속수무책이었다"며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하고 국가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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