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진실을 발견해야 할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도리어 진실을 은폐, 진짜 범인과 가짜 범인을 '바꿔 치기' 하는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일 검찰에 따르면 김모(49) 변호사는 지난 3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강모(30)씨의 변호를 맡게 됐다. 강씨는 2009년 9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낸 뒤, 이를 클릭하면 2,990원이 즉시 부과되는 수법의 '문자사기'로 6억여원을 가로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강씨는 전관 변호사의 도움으로 집행유예를 받을 것을 기대했으나, 1심은 4월 29일 김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흘 뒤, 김 변호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강씨로부터 듣게 됐다. 자신은 돈을 받고 대신 죄를 뒤집어쓴 가짜 범인이고, 진범은 신모(34)ㆍ정모(33)씨로 변호사 수임료도 그들이 내줬다는 것. 이미 유사한 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신씨와 정씨가 가중처벌될 것을 우려해 대리기사로 생계를 꾸리던 강씨에게 돈을 주고 대신 처벌받게 했다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실형 선고에 강씨는 심경 변화를 일으켰고, 진실을 실토한 진술서를 직접 작성,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그 사이 김 변호사는 신씨로부터 강씨를 설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강씨는 접견 온 김 변호사에게 "1억원을 주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김 변호사는'5,000만원 선지급, 형량 변동 없을 경우 5,000만원 추가 지급, 6개월 감형시 2,000만원 추가지급, 집행유예시 1,500만원 반환'이라는 내용이 적힌 확인서에 강씨의 서명을 받아갔다. 결국 강씨는 항소심에서 다시 진술을 번복했지만 검찰이 재수사를 벌여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영대)는 신씨, 정씨, 강씨 등을 범인도피 및 교사 혐의 등으로, 김 변호사를 이들과 공범 혐의로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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