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갇힌 사람들/수지 오바크 지음·김명남 옮김/창비 발행·292쪽·1만5,000원
쌍꺼풀, 오똑한 코, 풍만한 가슴, 탄탄한 엉덩이 등과 같은 서구적 몸이 각광을 받는다.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요행히 기준에 맞춰도 몸짱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를 조장해 이득을 챙기는 산업들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몸을 자연히 주어진 게 아니라 개량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 성형수술, 비아그라, 위장절제수술, 스타일 개조, 기능성 화장품 등 신체변형 수단은 널려 있다. 필요한 것은 오직 두툼한 지갑과 결연한 의지뿐이다.
고 다이애너 영국 왕세자비를 상담했던 정신분석가 수지 오바크는 <몸에 갇힌 사람들> 을 통해 '완벽한 몸'을 강요하는 사회 병리현상을 파헤친다. 그는 대다수 사람이 겪는 몸짱 콤플렉스를 새로운 전염병이라고 진단한다. 연예인의 다이어트 비법이나 성형소식은 따라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광고 속의 8등신 몸매는 우리도 노력하면 S라인과 식스팩이 될 수 있다고 속삭인다. 몸에>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상담했던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몸의 심리학'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몸의 심리학이란 신체 고통의 원인을 심리 문제에서 찾았던 전통적인 정신분석이론과 달리 몸의 문제를 몸의 언어로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체 증상은 단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그 자체의 욕구와 고통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신호다.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이 경멸하는 뚱뚱한 몸은 태만과 자기무시의 결과가 아니라, 몸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쏟아 붓는 대중문화에 대한 거부의 표현일 수 있다. 저자는 마음이 몸을 장악한다는 기존 정신분석이론으로는 한계가 있어 우리 시대의 몸을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다시 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새로운 사고방식의 하나가 바로 몸의 문제를 다룰 때 신체발달이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숱한 사례를 겪으며 확신하게 된 바에 따르면, 우리는 유년기 어느 결정적 시기에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을 정립한다. 그 때 '진정한 몸'이 아니라 '거짓된 몸'이 형성되면, 그 여파가 평생 지속되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아이가 왜 거짓된 몸을 형성할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부모다. 부모가 스스로 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그 인식을 암암리에 아이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늘 다이어트하는 걸 보면서 자란 요즘 10대는 몸에 대한 인식이 어려서부터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신만의 진정한 개성과 가치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다이어트와 성형중독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고이자 경고로 들린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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