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26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오시장은 28일로 예정했던 주민투표 발의를 연기하고 수해복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서울시 수해 방지 시스템의 허술함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투표 발의는 자칫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법정 기한인 8월1일 주민투표를 발의할 예정이지만 이날도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오시장과 시 관계자들은 여론과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폭우가 쏟아지기 전 26일 낮 주민투표 요지를 공표했다. 이날 새벽을 은평구 진관사에서 맞은 오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려면 극복해야 할 산통"이라며 이라며 주민투표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오시장은 이날 저녁 예정됐던 공관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27일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광화문과 강남 일대가 잠기는 등 수해 가 심각해지자 결국 서울시는 28일로 예정했던 주민투표 발의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오시장은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남산 종합방재센터와 수해지역을 분주히 오갔다.
민주당은 수해에 대한 오시장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29일 "이번 재해는 오세훈 시장의 보여주기 행정의 결과"라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중단하고 피해 복구에 전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28일 "수해를 겪은 시민들이 '무상급식'은 안하고 '무상급수'를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9일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주민투표 정국을 벗어나 보려는 민주당이 수해를 빙자해 퍼붓는 정치공세는 이해한다"며 "그러나 피해극복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공세는 주민들의 발목을 잡고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꺾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8월1일 주민투표를 발의한다는 서울시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 요지 공표일로부터 7일 이내에 발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상청은 31일 밤부터 8월 1일 오전 사이에 서울과 경기 지역에 돌풍,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복구 상황과 날씨를 고려해 일요일쯤 발의 형식을 결정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자회견 없이 법적 요건만 갖춰 발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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