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체제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3일 저장성 원저우(溫州) 고속철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이 웨이보를 통해 속속 폭로되며 거센 반발 여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일 중국 TV는 노르웨이 연쇄테러 보도에 집중하면서 고속철 사고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반면 웨이보는 실시간으로 사고 소식을 전했다. 이후 정부가 구조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잔해를 서둘러 묻고 마무리하려 했던 사실도, 원저우 관료가 지역변호사들에게 허락 없이 희생자 유가족과 접촉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도 웨이보를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웨이보에 사고와 관련된 글이 2,600만개나 올라오는 동안 보도지침을 받은 언론은 침묵하다 뒤늦게야 여론을 따라갔다.
2008년 쓰촨성대지진 등 재난현장마다 나서서 구조 및 복구를 진두지휘하고, '원 예예'(爺爺ㆍ할아버지)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대중의 신뢰가 두터운 원자바오 총리가 5일만에 현장을 찾아 민심을 달랬지만 불만만 나왔다. 병석에 있었다는 그의 설명과 달리 그 동안 다른 공무를 수행하는 사진이 역시 웨이보를 통해 퍼져나갔다. 실망한 유가족들은 원 총리에게 싸늘한 태도를 보였고 정부 대처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였다.
중국 정부로서는 웨이보를 막을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검열관이 문제가 되는 글을 삭제하지만 한번에 많게는 수 만명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웨이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웨이보를 폐쇄하는 극단적 방법도 있지만 340만명이나 되는 사용자의 반발은 오히려 더 큰 소요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사용자 대부분이 고학력 중산층으로 가뜩이나 정부를 불신하는 층이다.
웨이보 운영업체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웨이보의 힘은 자유롭게 말하는 데서 나온다"며 "검열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숨바꼭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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