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곡리 강촌 유원지 인근 용화산 자락. 산 중턱 절개면 바로 밑에 펜션 두 채가 위태롭게 서 있다. 이번 폭우로 절개면이 더 깊게 파여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이날 오후 비는 그쳤지만 펜션과 바로 접해 있는 50여m 높이의 산 자락에서는 여전히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특히 이 펜션에서 30여m 가량 떨어진 능선에는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난 흔적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다행이 화는 면했지만 매몰사고가 났던 춘천 천전리 펜션단지와 환경이 비슷해 집중호우 시 사고위험에 노출된 곳이라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주민 민모(73)씨는 "이곳은 2006년에도 큰 비로 곳곳에서 물난리와 산사태가 났던 곳"이라며 "이처럼 위험천만한 곳에 왜 펜션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찼다.
인근 창촌리의 또 다른 2층짜리 펜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산업단지 공사로 바로 뒤 산등성이가 완전히 잘려 나간 가운데 쏟아지는 거대한 토사와 자갈을 막아줄 설비는 1m 남짓한 높이의 플라스틱 펜스가 유일했다.
펜션 진입로는 이번 폭우로 산 정상부에서 쓸려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자갈과 토사가 뒤덮여 차량통행이 불가능했다. 이 펜션의 업주는 "폭우로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닌지, 한 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특히 강촌유원지와 북한강 일대에는 펜션 100여 채가 산등성이나 절개지에 들어서 있다. 새로 조성되는 펜션들도 대부분 전망을 위해 모두 산 정상 부분에 건축하는 추세다.
강촌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최모(38)씨는 "손님들이 전망과 신선한 공기를 중요시해 집중호우가 많이 내리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산 중턱에 펜션을 지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위험한 곳에 펜션이나 민박이 우후죽순 들어선 이유는 관련 규정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법에서는 산악지대 등 구체적인 위치에 관계 없이 230㎡(약 70평) 미만의 주택의 경우 간단한 소방시설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하다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수시로 재난재해와 관련된 안전점검을 받지 않아도 돼 펜션은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펜션과 민박 등 다중 이용시설은 정부가 통합관리하고, 인허가 조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민박 등 소규모 숙박시설의 인허가 과정에서도 자연재해영향 평가를 도입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