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항해 싸우던 시민군(반군) 총사령관이 괴한들에게 피살됐다. 한때 카다피의 심복으로 일하다 말을 갈아탄 그가 여전히 과거의 주인과 비밀 접촉을 해왔다는 설이 나돌던 상황이라 시민군 내부에서 총사령관 암살을 꾸민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반카다피 진영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둘 잘릴 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유네스(67) 장군이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NTC는 "전선 지역인 브레가에 머물던 유네스 장군이 군사작전 논의 문제로 벵가지(NTC 본거지)로 소환되던 중 사살됐고 괴한들의 수장은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의자의 신원이나 범행 동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유네스 장군은 시민혁명 이전 카다피 정권 내무장관으로 일하다가 올해 2월 시민군 쪽으로 투항해 총사령관을 맡았다. 카다피 핵심 지지자 중 한 명이었고 심지어 '리비아의 2인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카다피와 가까웠다. 그래서 그는 카다피 측과 계속 연락하고 내통해 왔다는 의혹도 받아 왔다. 시민군 안에서는 외국서 돌아온 망명파와 카다피의 부하 출신들인 국내파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현지에서는 유네스 장군이 같은 편에 피살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다. BBC는 유네스 장군이 소환된 것이 아니라 체포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보도했다. 만약 내부 암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민군 진영이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는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전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P통신은 "시민군은 4개월째 계속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공습을 등에 업고도 카다피를 축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NATO가 더 이상 NTC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은 국내적으로 리비아 내전 개입에 따른 막대한 전비 때문에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무작정 공습을 계속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부 유럽연합(EU) 정부에서는 카다피를 생포해 법정에 세우는 대신 리비아 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시민군의 내분은 카다피 측에 매우 유리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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