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빈소에 오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네요. 시장님 가족이 사고를 당해도 이러시겠어요?"
강원 춘천시 천전리 펜션 붕괴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29일 오전 이광준 시장을 항의 방문해 미온적인 대응을 성토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이 시장의 책상에 세워 놓고 "시가 분향소를 마련해 주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 대표 김현수(55)씨는 "졸지에 젊은 목숨을 잃은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그럼에도 춘천시장은 사고 이후 단 한차례도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최용규(21)씨의 아버지 최영찬(53)씨는 "이번 사고 이후 시장과 춘천시 공무원들이 발뺌만 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이 "수해 현장이 많아 경황이 없어 즉시 병원을 찾지 못했다"고 답변하자 곳곳에서 이 시장을 비난하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특히 시장실에는 고성과 울음이 한데 섞였고, 일부 유가족은 오열하다 탈진하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천전리 상천초교와 춘천시청에서 노제를 치른 뒤 인천으로 돌아가 인하대 병원에 분양소를 마련했다. 이들은 "춘천시가 장례 절차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소극적이어서 노제형식의 추모행사를 치렀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춘천시는 일단 추모비를 상천초교에 세우고 다음주 중으로 유족과 춘천시가 추천한 전문가 6명으로 이뤄진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데 합의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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