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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말하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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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말하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입력
2011.07.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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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받아 본 여행에세이 신간을 가만 세어보니 대여섯 권쯤 된다. 본격적으로 여름휴가가 시작된 지난 주에는 이보다 좀더 많았다. 10권은 족히 됐다. 경제경영서도 많지만 여행에세이처럼 좁은 분야에서 책이 이만큼 한꺼번에 오는 건 흔하지 않다. 그야말로 '시즌'이다.

책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한때 많이 나왔던 지역은 이제는 싹 사라졌다. 올 여름은 그냥 몇 번 해외여행을 경험한 사람들은 쉽게 가기 힘든 남미 같은 곳이 대세다. 그 지역을 스쳐 지나가며 보고 느낀 감상을 솜씨 좋게 기록하고 사진도 대개 수준급이다. 하지만 얼마나 인기를 끌까 싶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데다 사람을 확 잡아 끄는 매력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행에세이는 <관동록> 같은 조선시대 금강산 유람기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처럼 예부터 있던 장르이지만 지금 같은 에세이 책들이 본격적으로 나온 건 불과 십 수 년 전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는 한비야씨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사진)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에 금토출판사에서 나와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2007년 출판사를 푸른숲으로 옮겨 개정판이 나와서도 잘 팔리고 있다. 푸른숲은 금토출판사 때부터 쳐서 이 책이 100만부는 넘게 팔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비야씨의 책이 잘 팔린 이유는 뭘까. 우선 대학생 배낭여행 등을 시작으로 해외여행에 불이 붙기 시작할 때이지만 이런 책이 드물었다는 '희소성'을 꼽을 수 있다. 푸른숲 편집부 직원은 "문인이나 예술가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잠깐 해외를 다녀온 뒤 '이런 세계도 있어요' 하고 한 수 가르쳐준다는 시선으로 쓴 글이 다수이던 시절에 한비야씨는 현지인처럼 살다가 온 체험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차별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여자가 모험하듯 해외를 다닌데다, 글이 쉽고 재미있다는 점도 큰 몫을 했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한비야씨를 비롯해 김남희, 오소희, 오영욱씨 등 인기 있는 여행에세이 작가들의 책에는 공통적으로 "거기에 가야 하는 이유, 진실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사람, 문화, 자연을 체험한 글이 호소력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상당수의 여행에세이들은 일기장과 구별이 안 된다"며 "시장이 과열돼 거의 '공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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