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부 물난리/ 산림청·서초구 "산사태 경보 문자 발송" "못 받았다" 책임회피 공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부 물난리/ 산림청·서초구 "산사태 경보 문자 발송" "못 받았다" 책임회피 공방

입력
2011.07.29 11:56
0 0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나기 직전 정부와 서초구청 간의 긴급재난 예보 비상연락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산사태 발생하기 전 산림청과 서울시가 위험 발생을 경고하는 '재난예보 단문문자메시지(SMS)'와 공문을 수 차례 서초구청에 보냈으나 구청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서초구청 담당자들은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비상 연락망 체계에 구멍을 드러냈다.

산림청 관계자는 29일 "이미 이틀이 지나 시스템상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순 없으나 우면산 산사태 전인 26일께 '귀 관할구역은 산사태 예보 발령 대상지역입니다'라는 내용의 SMS가 서초구청 담당공무원 4명에게 발송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발송횟수도 최소한 한번 이상으로 안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산사태 발생 위험지역을 예보하고 행동요령을 알리는 '산사태위험지 관리시스템(sansatai.forest.go.kr)'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에 따라 특정지역에 산사태가 우려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들에게 자동으로 SMS가 발송된다.

그러나 서초구청 관계자는 "해당과의 공무원들에게 모두 확인해 봤지만 SMS를 전달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우리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산림청 역시 "자동 시스템에 의해 발송하도록 돼 있는데 왜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인지 우리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담당 공무원들이 재난 시 긴급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연락처를 산사태위험지관리시스템에 등록해야 하는데, 담당자들이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5월 각 지자체로 담당 공무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현재 이 시스템에는 서초구청 담당 공무원들의 연락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6일 오후 4시20분께 서울시도 각 구청에 '집중호우 대비 산사태 예방 철저'라며 산사태를 우려한 공문을 보냈으나 서초구청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산림청도 늑장 대응의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산림청은 27일 오전 11시와 오후 11시 두 차례에 걸쳐 청장 명의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국지성 집중호우로 재해가 우려되니 예방대책 추진 철저', '산사태 위험 예ㆍ경보 발령 철저' 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은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기초자치단체로 전달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산림청이 공문을 보낸 시각은 이미 같은 날 새벽 강원 춘천과 서울 서초구 등에서 산사태가 난 이후였다. 서울시 측은 "이미 산사태가 난 뒤에 온 공문이어서 각 구청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재해 담당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책임 공방과 관련해 산림청은 "시스템상 SMS가 발송됐으므로 할 일을 다 했다", 서초구청은 "우리는 받지 못했다"며 해명자료까지 내는 등 서로 네 탓만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26일 산림청으로부터 재해 예보 SMS 문자를 받았다는 서울시의 다른 구청 관계자는 "사실 산림청의 문자메시지는 비만 내리면 오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산림청은 우면산 일부를 2004년부터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으로 분류하고 산사태 발생 우려가 높은 구간을 붉은 색으로 표시해 놓았는데, 이번에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도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서초구청 측은 "산림청에서 참고용으로 지정한 것일 뿐 별도 대책을 요구하지 않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공무원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유족들의 속은 타 들어 가고 있다. 이번 우면산 참사로 형부를 잃은 김모(42)씨는 "재난 예방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해 대피령이라도 내렸으면 이런 억울한 죽음은 없었을 것 아니냐"며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