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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CEO의 행복

입력
2011.07.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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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최고경영자(CEO)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뒤를 돌아봤을 때 '나는 행복한 CEO였구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

최태원 SK 회장은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새 옷을 갈아 입은 2007년 7월 2일 사내방송에 출연해 개인적 목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했다. 진솔한 언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새삼 기억을 되짚은 것은 매각(SK증권)과 인수(하이닉스반도체)라는 중대 현안을 앞둔 최 회장의 표정이 요즘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적 단초는 화려하게 닻을 올렸던 지주회사 체제를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결짓지 못한 점이다.

SK는 지금 법 위반 상태에 처해 있다. 기존의 순환 출자 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꿨지만, 현행법이 금하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해진 기한 내(7월 2일)에 처분하지 못했다.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소유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때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법 개정이 이뤄졌다 해도 상황은 간단치 않다. 개정안은 일반 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SK네크웍스)를 통한 금융 손자회사(SK증권)소유까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룹 내부든 외부든 SK증권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과단성 있게 미리 매각했어야 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더 안타까운 대목은 이 과정에서 SK도, 최 회장 자신도 적지 않은 이미지 손상을 입은 점이다. 지주회사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겠지만, 오너 경영자가 개인 재산을 불리기 위해 선물투자에 손을 댔다가 거금을 날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산적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선도해야 할 4대 그룹 총수가 그런 일까지 하다니…"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직면해야 했다.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개인적 시련을 겪은 뒤 심기일전해 손수 김치를 담그고 연탄을 배달하면서 어렵게 쌓아 올린,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젊은 총수 이미지도 함께 빛이 바랬다.

현재 SK는 여러 면에서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내수 중심의 양대 사업들(정유와 정보통신)은 정체에 빠져 있는데다 라이벌 기업들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기름값과 통신비 등 물가를 걱정하는 정부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선거가 있는 내년 말까지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새로운 변화, 성장의 모멘텀이 절실한 시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 2006년 SK의 인천정유 인수식 때 참석자들의 콧날을 시큰하게 했던 최 회장의 진심 어린 축사 말이다.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일을 합니다. 돈을 버는 것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행복을 많이 만들어 내고, 많이 나눠 줍시다."

리더십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혼이 담긴, 철학이 있는 리더의 자세만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덩치 큰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 인수는 새 돌파구이자,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리더십의 표본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인수의 당위성, 진정성과 함께'뉴 SK, 글로벌 SK'의 새롭고 큰 비전이 제시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최 회장이 행복한 CEO, 성공한 CEO로 선대 회장(고 최종현 회장)처럼 한국 기업사에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그의 행복은 개인 차원을 넘어 임직원, 나아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소니 회장을 역임한 모리타 아키오는 말했다. "직원들은 반드시 행복해져야 한다. 단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기를 소니에게 맡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SK 임직원들, 아니 이 땅의 모든 샐러리맨들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진용 산업부 차장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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