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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들어설 제주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 앞두고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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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들어설 제주 강정마을… 공권력 투입 앞두고 긴장

입력
2011.07.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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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는 폭우로 난리를 치르고 있던 27일. 제주도 하늘은 시미치를 떼고 있었다. 곳곳이 피서객 웃음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끼고 조금 들어가 만난 강정마을은 달랐다. 정부가 마을 앞 중덕해안 일부를 매립해 2014년까지 완공하려는 14만5,000평 규모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이 등지고 사는 곳. 불볕 더위에도 마을 분위기는 싸늘했다.

강정천을 지나자 일렬로 늘어선 청년들이 지나는 차를 향해 피켓을 들어 보였다. "해군 물러가라" "강정사수"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가로수에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마을에서 해안으로 뻗은 농로에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몸에 쇠사슬을 묵은 채 앉아 있다. 공권력 진입을 막겠다며 며칠 전 튼 자리라고 했다.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현애자 위원장은 "앞뒤 사정 모르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공권력을 투입하려고 한다"며 "끝까지 저항해 강정마을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마을회 조경철 부회장은 "반대 주민이 더 많은데도 정부가 투표를 조작해 마을 사람들을 둘로 쪼개 놓고 업무방해로 몇 사람 잡아들이더니 이젠 힘으로 밀어 부치려고 한다"고 했다.

쇠사슬을 넘고 황량한 감귤 밭을 지나 닿은 해안. 10동 남짓한 텐트들이 설치된 해안가 곳곳엔 사람들로 북적댔다. 50명은 되어 보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강모(37ㆍ여)씨는 "중국에 맞설 해양기지가 필요한 미국의 필요에 따라 정부가 꼭두각시로 놀아나는 셈인데,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왔다"고 했다. 17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왔다는 그는 텐트를 새로 치는 중이었다. "앞으로 세 달은 머물며 힘을 보탤 겁니다."

문정현 신부는 "평화의 섬에 전쟁을 부르는 군기지 건설은 막고, 수 많은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는 "평택 대추리와 용산에서 벌어졌던 일이 여기서도 곧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또 4년 전 해안 언덕에 자리 잡은 생명평화 강정마을 사진 전시관에도 여러 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활동을 트위터 등으로 전송하는가 하면 공권력 투입에 대비한 대책을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절반 가까운 사람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했다지만 강정마을에서 찬성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소문 해 찾아간 곳은 마을 초입 사거리 N마트. 해군기지 찬성 주민들이 이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여기서 만난 주민 강모(57)씨는 "의견 표시하라고 해서 누구는 반대, 누구는 찬성 표시한 것뿐인데, 주민이 갈라 서 싸우는 바람에 동네서 살 맛이 안 난다"고 했다. 이웃간은 물론 부모형제간도 등 돌리고 사는 집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길에서 만난 주민 이모(41)씨는 마을로 모여드는 외부 단체에 불만을 쏟아 냈다. "저들이 언제 강정에 와 봤다고, 자기 고향인 양 찾아와 동네 일에 간섭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마을이 쪼개진 탓일까. 찬성의 선봉에 선 해군기지건설 강정추진위 강희상 사무국장은 말이 별로 없었다. "한 때 일강정(일등 강정)이던 동네가 이제 꼴강정(꼴지) 됐어. 기지 들어와서 인구 늘어나고 교통 좋아지고 학교 생기면 좋은 거 아네요?"

29일 제주 해군기지 사업부지와 강정마을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농로가 서귀포시에 의해 용도 폐지됐다. 조만간 몸에 쇠사슬을 묶고 앉은 사람들 자리에 철제 펜스가 설치된다는 뜻이고, 이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공권력의 충돌 신호탄이다.

글·사진 서귀포=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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