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한ㆍ중 국방고위당국자간의 국방전략대화가 처음으로 열렸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차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고위급 전략대화 채널을 만들자는 것에 양국이 합의했는데, 불과 10여일만에 가동된 것이다. 양국의 합의 이행 의지와 진정성을 잘 보여줬다고 본다.
속내 직접 드러낸 중국의 군부
베이징 국방장관회담은 안보분야에서의 협력의 틀을 만들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는데도 천빙더(陳炳德) 중국군 총참모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켜 그 성과가 희석됐다. 그는 지난 14일 김관진 국방장관과 면담하면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하게 비난해 우리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총참모장은 중국군의 최고위급 인사다. 수교 19년이 된 한ㆍ중 관계에서 중국 고위 인사가 자기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일은 거의 없었다.
그의 발언에는 미국에 대한 중국 군부의 생각이 녹아 있다. 김관진 장관은 합참의장 시절 베이징에서 천빙더 총참모장을 만난 적이 있다. 천 총참모장은 "친구가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라며 구면인 김 장관에게 심중의 얘기를 솔직히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군사강국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군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베이징 방문시 중국의 최첨단 스텔스기'젠-20'을 선보였다. 또 최근 방중한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에게 항공모함 보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남중국해 남사군도와 서사군도 영유권 문제, 미국의 베트남,필리핀과의 군사훈련 등 중국과 미국간의 갈등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데, 이런 배경 하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본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 후 중국 네티즌 간에 한동안 나돌던 뼈있는 조크가 있었다. '미국은 때리고 싶으면 누구든지 때린다. 일본은 얻어맞으면 미국에 대신 때려달라고 한다. 중국은 얻어맞으면 욕만 한다. 북한은 기분이 나쁘면 한국을 때린다. 한국은 얻어맞으면 미국과 군사훈련을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에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진입하였을 때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중 외교관 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한 중국 외교관들은 왜 한국이 미국을 서해에 끌어 들이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지인은 송(宋) 태조 조광윤(趙匡胤)이 927년에 남겼던 글귀를 얘기하며 심중을 내비쳤다. "침상 옆에 어찌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며 자게 내버려 두겠는가" 자기의 세력 범위 또는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중국은 제국주의 세력이 치욕을 안겨준 황해에 외국군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연평도 포격 후 한미양국은 시의적절하게 미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ㆍ미 군사훈련을 서해에서 했다. 북한이 또다시 도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에 부른 것은 한국이 아니고 북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북한 도발은 미 군함의 서해 진입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은데 중국이 그런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안보분야에서 공통 이익 찾아야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겪으면서 우리는 전략적 협력동반자라는 한ㆍ중관계의 현실을 냉정히 돌아보게 됐다. 갈 길이 멀고 멀다. 중국군 인사의 발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보다는 전략적이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안보분야에서도 공통의 이익을 찾아내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려야 한다. 이번 제1차 한중 국방전략대화는 그러한 노력의 한 결실이라고 본다.
석동연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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