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신북면 산사태 참사가 발생하고 하루가 흐른 28일 희생자의 유족들은 슬픔과 답답함이 가득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강원 춘천시장의 무성의한 태도에 이들은 언성을 높였고, 당국이 산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에 땅을 치며 분노했다.
과학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춘천을 찾아 펜션에서 잠을 자다 27일 새벽 변을 당한 인하대 발명동아리 아이디어뱅크 소속 학생 10명과 일반인 희생자 3명의 유가족들은 춘천시의 무성의한 대처에 답답해 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양측의 대화에서 인하대생 고 이정희씨의 고모부 명용학(52)씨는 "사고 지점은 3년 전에도 붕괴사고가 났는데 춘천시는 그것도 모르고 있었느냐"며 쏘아붙였다. 일반인 사망자 고 이은영씨의 오빠 종구(41)씨도 "펜션 뒷편 떡갈봉은 경사가 60도나 돼 비가 내리면 언제든지 산사태의 가능성이 높은데 왜 이곳에 건축 허가를 냈는지 해명하라"며 "방제펜스 및 배수로도 없어 피해는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주수 춘천시 부시장은 "(부임 전인) 2008년 허가가 난 사항이라 답하기 어렵다. 원인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말해 유족들의 공분을 샀다. 특히 이광준 춘천시장이 이때까지 한 번도 조문을 오지 않은 것도 성토 대상이었다. 사망한 인하대생 김유신씨의 큰아버지 현수(55)씨는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습 책임자로서 얼굴 한번 비치지 않은 시장이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후 늦게 빈소인 강원대병원을 찾았다.
이날 유족 대표 10명은 ▦추모비 건립 ▦춘천시장 및 관계자 조문 ▦행정책임자 처벌 ▦신속한 장례절차 ▦춘천시, 강원도 측의 보상액 명시 ▦사고 펜션의 건축물 인허가 서류 제출 ▦펜션 관계자 조문 및 대책 설명 등 7가지 요구사항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문순 강원지사는 "시와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추모비 건립 장소를 결정하겠다"며 "봉사활동 장소였던 상천초등학교도 좋겠다"고 제안했고 유족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양측은 이날 밤 늦게까지 장례 절차와 일정, 보상 문제 등을 협의했다.
춘천=김현수기자 ddacke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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