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아홉번째 생일을 앞둔 소녀 레이첼 베크위드는 색다른 선물을 요구했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를 위한 기부금이었다. 레이첼과 엄마는 '채리티:워터'라는 비영리기관에 모금사이트를 열었고 목표액(300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220달러를 모았다. 그러나 7월 28일 모금액은 50만달러를 넘었다. 레이첼이 7월 23일 13중 추돌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후 소녀의 뜻에 감동한 이들이 10~20달러씩 기부한 덕이다. 시애틀의 작은 소녀로부터 미 전역으로 퍼져나간 기부의 물결을 AP통신이 전했다.
"수백만 명이 다섯 살 생일도 맞지 못하고 죽는다는 걸 알았어요. 왜냐고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처럼 생일잔치를 못하겠어요. 내가 아는 모든 분들에게, 제 생일엔 선물 대신 기부를 부탁 드립니다." 레이첼이 모금사이트에 올린 호소문이다.
생일이 지나고 폐쇄된 사이트는 레이첼 사후 가족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에 의해 다시 열렸다. 이제라도 레이첼의 목표액을 채워주겠다고 방문한 이들이 친구와 가족을 불러모았다. 1달러부터 1,000달러까지 돈을 내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25일엔 10만달러, 28일엔 50만달러가 모였다. 기부자들은 "나를 일깨워줘서 고맙다" "고귀한 영혼에 감동받았다" "예쁜 천사" 같은 글을 남겼다. 자신 또는 아이의 생일에 기부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역시 사고로 병원에 있는 레이첼의 어머니 사만다 폴은 사이트에 감사인사를 남겼다. "딸의 꿈을 실현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고통에 맞닥뜨렸지만 여러분이 커다란 희망을 주셨습니다."
'채리티:워터'의 대변인 사라 코헨은 "가장 단시간에 최대 규모로 성장한 모금운동"이라고 밝혔다. 이 돈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고 상수도시설을 개선하며 빗물저장시설을 짓는 데 쓰인다. 레이첼의 웹사이트(mycharitywater.org/rachels9thbirthday)에는 지금도 기부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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