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도 되고 청바지도 무방하다. 아무 때나 출ㆍ퇴근을 해도 되고 경우에 따라선 결근도 용인된다. 스트레스 주는 상사의 간섭도 없다. 세상에 이런 꿈의 직장이 정말 있을까.
있다. 삼성SDS의 크리에이티브 센터가 그런 곳이다.
다만, 이런 환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려면 한가지 조건이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 창출에 필요하다면 돈은 얼마든지 지원되는 게 이 곳이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분해해보고 싶다면, 구입비용이 지급되는 식이다.
휴게실? 사무실?
28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9층에 자리잡은 크리에이티브센터를 찾아가 봤다.
탁구대, 전자기타, 런닝 머신, 엑스박스 게임기, 이층 침대…. 언뜻 보면 영락없는 휴게실인데, 여기가 사무실이란다.
물론 아무나 들어갈 수는 없다. 이 곳의 카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단 5명. 지난 5월말 삼성SDS 사내 신사업 발굴 공모전에서 26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입성한 최정예 아이디어 뱅크들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5월부터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크리에이티브 컨버전스 센터(CCC)'를 운영하고 있다. 일단 CCC의 일원이 되면 이들은 기존 업무에선 완전히 손을 뗀다. 오직 회사의 신사업과 관련된 아이디어만 생각해 내면 된다. 그래서 사내에선 '별동부대'로 불린다.
삼성SDS는 지난해 5월 선정한 1기 CCC에 이어, 올해 5월말부터 2기 CCC(6개월 예정)를 선발해 운영 중이다.
CCC의 장점은 역시, 회사의 모든 업무와 단절하고 아이디어 도출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것. "얼마 전, 밤에 꿈을 꾸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저도 모르게 벽에 메모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죠." 2기 CCC 팀장 격인 구자욱 선임은 숙식도 가능한 이 곳 생활을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투명 아크릴판과 유리로 디자인 된 50평 규모의 이 센터 벽면에는 '창의'와 '생동감', '스마트폰',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 각종 단어와 형형색색의 메모지들이 붙어 있었다.
실패를 따지지 않는다
크레에이티브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아이디어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이 따르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없는 법.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이들에게 일종의 '면책특권'을 줬다.
"아이디어라는 게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되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잖아요. 솔직히 그런 책임부담이 있었다면 아마 CCC에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덕분에 아이디어를 더 풍부하게 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홍일점인 이지선 선임은 CCC 회원 선정 경쟁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담 없이 열정이 넘치는 탓일 까. 일단 한번 토론이 시작되면 '끝장'을 봐야 끝난다. 신택선 주임은 "가끔 서로 의견 충돌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 ▦클라우드 ▦증강현실 ▦디지털 콘텐츠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 분야도 광범위하다.
모바일과 IT컨버전스 같은 최신 트렌드와 연계시켜 생성한 1기 CCC 회원들의 아이디어들은 현재 삼성SDS 내부에서 사업화를 위한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 애플이나 구글의 성공도 따지고 보면 이런 기존 조직의 틀을 뛰어 넘는 창의성에서 나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구글의 사무실은 '놀이터'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매년 직원 가운데 100명(톱100)을 비밀리에 선발, 신제품 구상을 토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 각국의 IT기업들은 이곳 크리에이티브센터처럼 대부분 격식과 보고라인에서 벗어난 '창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CCC멤버들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애플은 한 입 베어 문 작은 사과 하나로 세상을 바꿨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지구를 바꿀 사과 나무를 심고 싶습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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