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40%대의 '현역 의원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정치권이 술렁대고 있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2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년 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도 대략 40% 중반대의 공천 교체는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45% 전후의 만만치 않은 물갈이 목표치가 공개적으로 거론되자 여야를 불문하고 현역 의원들의 표정에선 긴장감이 느껴졌다.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나만 빼고"라는 전제가 은연 중에 묻어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인재영입위원장의 40% 물갈이 발언이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권 지도부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19대 총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재 영입은 필요하다"면서도 "공천은 당 지도부가 아니라 국민이 선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은 총선 격전지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남권에서 우선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공천 물갈이는 영남권을 포함해 수도권 등 모든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영남권이라고 무조건 물갈이를 하기 보다는 존재감이 없는 중진 의원들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비례대표들에게도 지역구 출마를 통한 재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춘 신인의 대거 영입과현역 의원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중진 의원들은 자신들을 겨냥한 대대적인 물갈이 압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호남 지역의 한 3선 의원은 "호남이 지역구라는 이유만으로 물갈이 대상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근 정세균 최고위원과 김효석 의원 등 호남권 중진 의원들이 잇달아 내년 총선 때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물갈이 요구를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호남권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를 반기면서도 현역 의원들의 우려를 의식해 "인위적 물갈이는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은 "현역의원 교체는 당이 공천을 통해 인위적으로 달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에 의해 선택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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