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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경영학/ <하> 진화하는 스포츠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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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경영학/ <하> 진화하는 스포츠 마케팅

입력
2011.07.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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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마니아 잡아라" 사이버 공간 속으로

'롤스터'. 1999년 창단된 KT의 프로게임단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계 프로 게임리그 1위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KT는 방송 신문 등 매체 노출을 포함한 홍보와 이미지 제고로 인한 게임단의 마케팅 효과가 연간 1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KT가 10~30대 e스포츠 팬층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KT 게임단을 응원하는 대부분이 KT가입자였다. KT 관계자는 "20대가 농구, 30대 이상이 골프라면, 게임은 1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라운드나, 필드에서만 스포츠마케팅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공간의 열기도 오프라인 못지 않다. 특히 e스포츠 영역은 종주국인 한국이 주요 업체들마다 프로구단까지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는 연간 50여개에 달하는 대회가 열리고, 10개의 프로게임단이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디지털 기기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을 겨냥해 프로게임단 '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의류업체 스프리스와 공동 마케팅을 전개해 자사 브랜드 애니콜을 새긴 신규 유니폼도 제작하고, 매년 프로 및 개인게임대회를 중계해 쏠쏠한 광고효과를 올리고 있다. 태블릿 PC인 갤럭시탭이나 입체영상(3D) TV의 홍보 영상에도 스타 게임선수들을 등장시켜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e스포츠와 인연이 깊은 CJ도 프로구단을 통해 그룹 내 다른 사업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CJE&M의 게임 음악 영화, CJ제일제당의 식음료 등 먹을거리, CJ오쇼핑에서 판매되는 컴퓨터 등 대회 때마다 CJ제품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건강음료 한뿌리가 게임 중인 선수 앞에 배치되고, 팬사인회엔 소시지 맥스봉과 맛밤 등 자사 제품이 진열된다. CJ는 e스포츠 최초 2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선수들의 기량을 철저히 관리해'게임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 국내외 10만여개의 팬클럽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e스포츠 팀들인 SK텔레콤의 티원, STX의 소울, 웅진의 스타스, 게임기업 위메이드의 폭스도 온라인상에서 소속 기업 홍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왕성한 e스포츠와 관련 마케팅에 자극 받은 해외 각국들도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e스포츠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올해 9조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시장 규모나 잠재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이웃 중국. 지난 4월 e스포츠 최강자를 가려내기 위한 온라인상의 국내 선발전 공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게임업체가 주최한 이 대회는 게임마니아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어한다. 매일 6명을 뽑는 예선전에 아마추어, 프로 게이머들이 속속 몰려들기 시작했다. 근데 놀라운 것은 이 국가대표 선발전은 중국 e스포츠 대회에 참여하기 위한 전초전이었다는 점. 언뜻 생각하면 정보통신 환경이 상대적으로 뒤져 있는 중국과 e스포츠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국은 2009년 6월 e스포츠 국가대표 운영 및 훈련, 경기 진행을 위해 체육행정부서 안에 e스포츠 분과를 설치했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가 세계 최대 게임대회를 매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독일과 네델란드, 베트남 등도 e스포츠 진흥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히타치 등도 e스포츠를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하고 관련 대회를 적극 후원하고 있다. e스포츠 종목인 스타크래프트만해도 연간 60~70만명의 관중이 스튜디오나 경기장을 찾아 대회를 관람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브랜드 노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는 게임, 방송, 전자 등 연관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게임인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만큼 스포츠 마케팅 영역도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 마니아층 두터운 이색 스포츠도 후원

지난 3월25일 호주 멜버른에 열린 F1(Formula One)대회.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경기장 곳곳에 LG전자 로고가 선명한 광고판들이 눈에 띈다. 모든 방송중계 부스에는 LG전자의 HD급 19인치 모니터가 설치돼 경기장면을 생생하게 내보냈다. LG전자는 TV중계시 로고 독점노출 등 F1 마케팅으로 올해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광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F1은 우리나라에선 익숙치 않은 종목. 하지만 유럽 등에선 가장 인기 있고 스릴 넘치는 스포츠다. 기업들도 이젠 월드컵, 올림픽 등의 누구나 아는 스포츠를 넘어, F1, 승마, 요트, 크리켓 등 이색 스포츠 마케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 종목은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마니아'층이 워낙 두터워, 마케팅 효과는 대중스포츠 못지 않다는 평가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F1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뜨겁다. F1 그랑프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대회로 불리는 전 세계인의 축제다. 올해 61년째를 맞는 F1 그랑프리는 매년 전세계 18개 국가에서 순회경기를 가지며, 전 세계에서 6억 명 이상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포츠 종목 중 가장 비싼 스폰서 비용이 드는 F1 그랑프리는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라고 불리며 최고의 광고효과와 파급력을 자랑한다. 100억짜리 F1 머신은 가히 '질주하는 3,000억원 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다. F1 머신에는 말보로, 마티니, 조니워커 등 세계 유수의 기업 로고로 가득차 있다.

F1의 경우 국내에선 LG전자가 후원한다. 오는 10월 전남 영암에서 열리는 14번째 F1을 포함해 19경기에 모두 LG전자 모니터가 공급된다.

승마의 경우 삼성전자가 국제승마연맹(FEI)과 삼성슈퍼리그 승마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삼성슈퍼리그 승마대회는 미국 독일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승마 강국이 참가하는 최고 권위 국가대항 단체 장애물 경기이다. 삼성전자는 1988년부터 국제승마연맹과 파트너십을 맺고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하나 영국, 인도, 뉴질랜드, 호주 등지에서는 인기가 매우 높은 크리켓 경기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크리켓 월드컵 2011년과 2015년 대회를 연달아 후원한다. 크리켓 월드컵은 110여개국에 중계돼 연간 20억명이 시청한다. 현대차는 크리켓월드컵, 챔피언스 트로피 등의 대회에 의전 및 운영 차량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이밖에 대한항공은 스피드스케이팅팀을 창단하는 등 동계 스포츠를 후원하고 있으며, BMW코리아는 지난 6월 개최된 요트대회인 '서울 인터내셔널 레가타 2011'를 공식 후원하기도 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 김찬형 제일기획 마케팅서비스본부장

김찬형 제일기획 마케팅서비스본부장(전무ㆍ사진)은 우리나라 스포츠마케팅의 역사 그 자체다. 2018 평창 겨울 올림픽 개최지 선정 유치전의 연출을 맡았고, 8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전도 진두지휘 하고 있다. 앞서 2002년 한ㆍ일월드컵 개막식, 2004년 아프리칸네이션즈컵 개막식 등 국내외 굵직한 이벤트 연출을 도맡았다.

그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약 20년의 짧은 시간에 여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까지 빅3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그 결과 과거 해외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과 한국 제품의 뛰어남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스포츠 마케팅이 각광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게 그의 생각. 김 전무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볼 수 있듯 익명성의 단점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그럴수록 한 공간에 모여서 함께 호흡하는 문화와 스포츠를 탈출구로 삼으려는 인간 본연의 아날로그적 욕구가 커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한국의 스포츠마케팅 시장은 빠르게 커가고 있지만 시장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인기 스포츠와 구단이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방송사들이 중계권료를 두고 다퉜던 것처럼 투자를 해도 정당하게 거둬들이는 수익을 보장받기 어렵다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며 "정부나 미디어 회사들이 적극 나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1980년 대 초 일본의 광고회사 덴츠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에 스폰서 십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해 성공했던 사례를 들며, "스포츠마케팅 대상이 될 만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이를 비지니스 모델로 만들 수 있는 전문 인력이 국내에 턱 없이 모자라다"며 "정부나 업계 모두 기획 능력을 지닌 스포츠마케팅 전문 인력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을 향해 '당장 얼마를 투자하면 얼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오히려 비인기종목에 꾸준히 투자를 해 온 결과, '스포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아디다스가 있다'는 이미지를 만든 아디다스를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전무는 "단기 효율보다 회사 이미지에 맞는 스포츠를 골라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었을 때 진정 스포츠와 기업은 윈-윈 할 수 있고 이것이 한국 스포츠마케팅 활성화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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