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여 벽에 갇힌 듯 답답할 때, 미로 같은 골목에서 길을 잃은 듯 어지러울 때 등대를 찾아가라. 망망대해 외딴 섬에서 고독하게 불 밝히는 등대가 아니더라도 바다와 만나는 그 마지막 끝에서 묵묵히 등불을 밝히고 있는 바닷가 등대로 가라.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To the Lighthouse)를 읽으며 그것이 희망이든 그것이 허무이든 너만의 답을 찾아 등대로 가라. 뭍의 길이 끊어진 그 끝, 등대에서 다시 잃어버린 길을 찾아라. 섣불리 희망봉을 찾아 떠나겠다는 꿈을 꾸지 마라. 떠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허튼 약속도 하지 마라.
난바다를 향해 거친 바다를 향해, 떠나는 사람도 돌아오는 사람도 결국 등대를 찾아가는 항로이듯이, 너의 시작이 등대고 너의 끝이 등대다. 폭풍우 같은 오늘에 절망하느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일과 같은 짙은 해무에 두려워하는가? 1903년 월미도, 백암, 북장사서에 첫 등불을 밝히기 이전의 바다를 생각해라.
그 바다를 헤쳐나간 용기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봐라. 그렇다면 아직 좌절할 때 아니다. 아무리 험한 바다에도 길이 있듯 너의 인생 너의 해도에 너의 길이 숨어 있다. 너의 길을 위해 불을 밝혀주는 등대는 오직 너뿐이니, 너를 태워 너를 밝혀 너의 길을 찾아가라. 졸업이든 취업이든 그건 너의 길이지만 그 길에 반드시 삶의 등대가 있다는 걸 너는 알 것이니.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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