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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찰리로 부르니 회의가 자유로워요" '영어식 호칭' IT업계 확산…임직원 수평관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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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을 찰리로 부르니 회의가 자유로워요" '영어식 호칭' IT업계 확산…임직원 수평관계 형성

입력
2011.07.2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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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라이언)이 이번 계획을 직접 맡을 건가요?" "아니오. 이번엔 June(준)과 Erica(에리카)가 나설 거예요. Brandon(브랜든)이 조사 활동을 도와 주기로 했고요." "Michael(마이클), 최소한 내일까지 기안 올려주세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NexR 회의실에서 주간 업무를 보고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여느 회의들처럼 '상명하복'식 딱딱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정작 회의실 안은 형형색색의 테이블 색깔만큼이나 색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회의가 끝날 때가 됐는데도 누가 사장이고 누가 직원인지, 누가 선배고 누가 후배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김 과장님' '이 팀장님' 등 상대방의 직책이나 직급은 생략하고, 'Chalie(찰리)' 'Teddy(테디)' 같은 영어식 이름만 부르며 자유롭게 회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상이나 문서, 명패에 표기되는 것도 모두 영어 이름이었다.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끼어들기'도 허용됐다. 말 그대로 난상토론. 부사장격인 Eric(에릭ㆍ김연섭 이사)은 "3월부터 직원들끼리 영어식 이름을 부르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며 "직원들 간 상하 관계를 떠나 자유롭게 토론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한국인에게 영어식 이름 호칭'이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난상 토론과 직원 간 수평적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에서 젊고 신선한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묘안이다.

현재 카카오톡 등 일부 IT 업체에서 영어식 이름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많은 업체들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기업체는 오래전부터 이름 뒤에 '님'을 붙이고 직책과 직급을 생략한다.

처음에는 무척 불편하고 거부감도 있었다고 했다. "지나치게 격식이 없어지면 업무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공과 사가 혼돈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또 서로의 한국 이름을 모르다 보니, 공공기관에서 공식 문서를 요하는 경우 작은 혼란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지어 주신 한국 이름을 굳이 바꿔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심리적인 반발이 컸다.

하지만 "회사의 원동력인 창의적인 발상을 위한 새로운 시도인 만큼 해볼만하다" "재미 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Aiden(에이든ㆍ오세봉)은 "영어 회화 학원에서도 민망해 하는 영어식 이름을 사무실 내에서 사용하려니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며 "2개월 정도 지나자 외부 회식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영어 이름을 부를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이제는 매주 한 두 번씩 진행되는 전 직원회의에서는 업무 계획이나 성과는 물론, 회사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신변 잡기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NexR 대표 Jason(제이슨ㆍ한재선)은 "해외 영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어 외국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1석다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IT업계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을 필요로 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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