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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 '수해방지 어떻게'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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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 '수해방지 어떻게' 전문가 진단

입력
2011.07.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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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서울이 물에 잠기고, 도심의 산이 무너져 내린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전문가들은 촘촘하지 못한 수방 대책이 화를 불렀으며, 특히 산사태와 관련해서는 대책이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인재(人災)라는 비판을 방재 당국이 피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산사태 가능성 있는 곳 건축허가때 사전평가를

◆김경하 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

서울은 산을 끼고 형성된 만큼 도심 산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고민이 사실상 없었던 게 제일 큰 문제다. 연속 강우량이 200㎜ 이상이면 숲 토양(깊이 1.5~1.7m)에 물이 다 차기 때문에 웬만한 산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비책이 마련됐어야 했다. 나무를 많이 심고 잘 가꿔 수목의 그물효과(토양 감싸는 효과)와 말뚝효과(뿌리가 암반에 박히는 것)를 극대화하는 대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 폭우가 점점 잦아질 것이 예상되는 만큼 강원ㆍ경북 산간지역에 주로 설치된 스크린ㆍ슬리트댐 등 산사태 방지댐을 도심의 산 중턱에 건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돌 나뭇가지 등이 같이 구르면서 발생하는 큰 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 또 산사태가 불가항력적 자연현상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그래야 애당초 위험한 지역에 집을 지으려 할 때 좀더 신중해 질 수 있다. 산사태 가능성이 있는 곳에 대해서는 사전 평가를 통해 건축 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빗물관 배수능력 50년 빈도 비에 대비를

◆김성준 건국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울 강남 도심의 침수는 배수 관련 기준이 매우 허술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 주요 간선도로 배수능력은 10년 빈도 폭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인데 이를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75㎜의 비에 해당한다. 27일 오전 강남에는 10분에 30㎜ 가량의 비가 쏟아졌다. 100년 빈도 폭우다. 이런 폭우에 대비하려면 빗물관을 확장시키는 것 외 달리 방법이 없다. 현재 서울시는 빗물관 등의 배수능력을 30년 빈도 폭우(시간당 95㎜)에 대응할 수 있도록 확장하고 있다지만 이도 넉넉한 건 아니다. 50년 빈도(시간당 105㎜)로 늘리고 이 배수관이 100% 성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평소 관리를 잘 하는 게 필요하다. 산사태 원인으로 산 중턱에 조성된 생태공원이 거론되는데 워낙 비가 많이 오긴 왔지만, 분명히 산사태를 촉발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안전보다 조경 등 심미적인 요소에 비중을 두고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자연에 인위적인 시설물을 만들 때에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해를 고려해서 공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배수관 쓰레기에 막혀 관리만 잘해도 효과

◆윤용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서울 강남 지역 침수는 기본적으로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100년에 한번 발생하는 천재지변에 대비하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한다면 자칫 과잉투자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시설 확충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1970년대 조성된 강남 지역은 심각한 물난리를 겪었지만 이후 재개발 등을 통해 개조된 강남 다른 지역은 물난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이렇게 본다면 기반 시설의 차이가 이번 수해의 원인일 수 있다. 점진적으로 향후 재개발 지역에 대해 수해 관련 시설의 용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폭우가 점점 더 자주 내리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재난대비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게 제일 좋은 대책이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빗물관 등 하수시절의 정비나 관리상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하수관이 100% 성능 발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와 흙이 쌓일 수 있다. 이것만 제대로 관리해도 상당한 효과 거둘 수 있다.

부실개발 재발 않도록 산사태에 책임 물어야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지금까지 '산사태는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란 낡은 관념을 관련 공무원들이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사태와 관련한 정책들은 공원녹지과, 토목과, 주택과 등 부서별로 제각각 이다. 자기 관할에만 갇혀 좁은 시각에서 다루다 보니 산사태가 발생하면 천재지변으로 여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거다. 산사태는 산정에서 시작해 도로, 주택으로 이어진다. 부서를 넘나드는 재해이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재해가 나더라도 이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 토목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27일 내린 비로 일어난 산사태는 우리 토목기술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을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발주하게 되고, 토목 기술자들도 100% 능력 발휘를 하지 않는다. 우면산에 만들어진 공원만 봐도 그렇다. 공원을 만들면 계곡이나 물줄기를 바꾸게 되는데도 아무도 여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불가피한 경우 이외엔 산에 손 안대는게 최선

◆유철상 고려대 토목공학과 교수

산사태는 주로 사람의 손이 닿은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우면산 남부순환로 산사태도 생태공원을 만드는 등 사람의 손을 탔다는 점에서 이를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다른 산사태를 보더라도 산 중간에 임도를 만들었다든지 하는 개발이 벌어진 산이 대부분이다.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불가피하게 개발을 해야 한다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고민을 하고 신경을 써서 할 필요가 있다. 민둥산이 많던 시절엔 비가 오면 그때그때 조금씩 쓸려 내려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숲이 울창해지면서 작은 비에는 숲이 잘 견디다가도 임계점을 넘어 설 경우 대규모 산사태가 벌어진다. 숲이 우거졌다고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산사태 예측은 매우 어렵다. 예측하기 쉽지 않은 만큼 산사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면 개발 행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이정현기자 joh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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