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부 물폭탄/ 춘천 펜션 붕괴도 총체적 인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부 물폭탄/ 춘천 펜션 붕괴도 총체적 인재

입력
2011.07.28 12:52
0 0

13명의 꽃다운 목숨을 앗아간 강원 춘천시 천전리 펜션 붕괴사고는 사익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 행위에 안전불감증까지 겹쳐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이다.

실제 사고가 난 춘천 천전리 펜션은 해발 789m의 마적산 기슭의 가파른 언덕 밑에 자리잡고 있다. 경관이 좋은 곳이지만 산등성이 경사지와 바로 붙어 있어 산사태가 날 경우 건물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이 펜션에는 옹벽이나 펜스 등 산사태나 낙석 피해를 막을 방어 시설이 전혀 없다. 건축비 부담을 줄이고, 경관을 살리기 위해 조립식으로 펜션을 만드는 바람에 이번 비로 쏟아져 내린 토사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럼에도 춘천시는 그 동안 천전리 일대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 한차례도 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 펜션 붕괴 사고는 적은 양이라도 지속적으로 비가 계속 내리면 사면의 활동력이 증가해 산사태 위험이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인허가가 이뤄지는 등 자치단체의 안일한 안전의식이 화를 부른 케이스"라고 진단했다. 전국에는 이처럼 안전상 취약한 펜션과 민박이 무려 3,000여 곳에 이른다.

사고 당시 재난 당국의 어설픈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국은 26일 오후 11시께 천전리 펜션 인근 지역이 침수됐음에도 산사태 경보나 주민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희생자 유족들은 "당국의 치밀한 대응이 있었다면 사전에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전리 주민들은 산사태가 난 떡갈봉에 있는 방치돼 있는 방공포 진지가 이번 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어설픈 군 시설 관리가 사고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춘천시에 따르면 산사태가 발생한 마적산 떡갈봉 해발 320m 지점에는 방공포 진지가 구축돼 있다.

1972년 소양강 댐 준공 당시 공습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지금은 방치돼 있다. 40년을 이 지역에서 살아온 김모(65)씨는 "방치된 진지 주변에는 나무가 없고, 깊은 호에 물이 잔뜩 고여 있어 지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며 "그 동안 몇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당국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마적산 기슭의 해당 지역에는 군사시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