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라식 수술 왜 안 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라식 수술 받은 사람이 그만큼 흔해졌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연간 10만 명 이상이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수술을 받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라식이나 라섹은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각막의 모양이나 두께, 시력 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수술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전검사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병원마다 사전검사가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시력교정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한다. 어떤 검사의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유전자검사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사전검사중 현재 안과의사들 사이에서 필요성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건 유전자검사로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는 검사다.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인 각막에 흰 점이 생기는 드문 유전병이다. 보통 10대 때부터 흰 점이 생기기 시작해 점점 뿌옇게 보이다가 60세가 되면 급격히 시력이 나빠진다. 심하면 어릴 때 시력을 잃기도 한다.
2004년 '미국안과학회지'에는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이 있는 사람이 레이저를 이용한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면 시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시력교정술을 받기 전에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안과에서 쓰는 현미경인 세극등으로 각막을 들여다봤을 때 흰 점들이 보이면 아벨리노각막이상증이 의심된다. 이런 사람은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 레이저로 각막을 자극하면 흰 점이 늘면서 시야가 더 흐려질 수 있어서다.
문제는 실제로 눈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전적으로 발병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유전자검사를 하지 않으면 자신이 아벨리노각막이상증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벨리노각막이상증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는 별도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
안과의사들은 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다. 한쪽은 20~30대가 될 때까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은 극히 드물고, 혹 수술 후 발병해도 문제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잠재돼 있는 유전적 소인을 굳이 찾아내는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하지 않는단다.
반대편은 아벨리노각막이상증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레이저 수술을 받으면 상처가 났을 때 나오는 물질 때문에 각막이 탁해져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드물긴 해도 있긴 있다는 주장이다. 증상이 미미하면 세극등으로 확인하는 사전검사에서 놓칠 수도 있어 추가 비용이 들더라도 유전자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막탄력도 검사도 병원에 따라 하기도 하고 생략하기도 한다. 각막이 원뿔 모양으로 튀어나오는 원추각막을 찾아내는 검사다. 원추각막 초기에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별도 장비가 필요한 이 검사에 대해선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사들이 많다. 원추각막은 각막 모양을 보는 각막지형도 검사로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작용 줄이는 필수검사들
각막지형도를 비롯해 각막 두께와 민감도, 눈동자 크기 측정은 안과의사들이 공통적으로 수술 전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검사다. 특히 눈동자 크기는 시력교정술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빛 번짐 현상과 관련 있다.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시력교정술을 받은 총 5,109개의 눈 가운데 20%가량이 빛 번짐 때문에 밤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천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눈동자가 6mm보다 클수록 수술 후 더 많이 번져 보일 수 있다"며 "수술할 때 레이저의 영향을 받는 각막 면적이 보통 6mm 정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동자가 이보다 크면 각막에서 레이저로 깎인 부분과 깎이지 않은 부분으로 동시에 빛이 들어오게 돼 번져 보인다는 것이다.
각막 민감도는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다. 바람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눈을 깜빡이면 민감도가 높다고 말한다. 시력교정술을 받고 나면 보통 민감도가 떨어진다. 원래 민감도가 낮은 사람이 수술 후 더 낮아지면 눈물이 잘 나지 않아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수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력교정술을 받은 5,109개의 눈 가운데 1개(0.02%)에서 각막돌출증(각막확장증)이란 부작용이 나타났다. 얇은 각막이 수술후 더 얇아져 튀어나오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각막 두께를 미리 검사한 뒤 최소한 300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정도는 남기고 깎아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각막 두께는 500~550㎛다.
● 라식 후 5단계 눈 관리 요령
시력교정수술 후 사후관리도 사전검진만큼이나 중요하다. 혹독한 다이어트로 S라인 몸매를 만들고도 방심하면 금새 다시 살이 찌는 것처럼 시력교정술도 사후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다시 근시로 돌아갈 수 있다. 송상률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교수가 라식 수술 후 5단계 사후관리 요령을 알려줬다.
■1단계: 수술 다음날
무리한 일은 하지 말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기다.
-가능하면 눈을 감고 있고, 눈에 손을 대지 않도록 주의한다.
-세수나 샤워를 하지 않는 게 좋다.
-무의식 중에 눈 비비는 걸 막기 위해 잘 때 안구보호대를 착용한다.
■2단계: 수술 1주일 뒤
상처가 거의 아물어 일상생활로 복귀 가능한 시기다.
-컴퓨터나 책을 오래 보는 등 눈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상처부위가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눈 화장은 수술 후 1~2주 지난 뒤에 한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가면 건조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니 피하고 술도 자제한다.
■3단계: 수술 한달 뒤
수술 후 교정시력이 최대로 나오며, 눈부심이나 건조증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다.
-눈을 세게 비비지 말고, 눈이 뻑뻑하거나 시릴 땐 인공눈물을 넣는다.
-빛 번짐이나 눈부심 현상이 있을 땐 운전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빛을 피하고, 자외선이 강할 땐 선글라스를 쓴다.
■4단계: 수술 6개월 뒤
수술 결과가 정착되면서 수술 전처럼 눈이 편안해지는 시기다.
-수술 후 6개월까지는 한 달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고, 격렬한 운동은 피한다.
-50분 동안 눈을 쓰고 나면 10분 정도는 먼 곳을 보며 쉬는 습관을 들인다.
-집중해 책을 보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볼 땐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여준다.
■5단계: 수술 1년 뒤
수술 후 시력이 확정되는 시기다.
-경과에 대한 검진을 받고, 수술 전후 각막과 시력 데이터를 받아 보관해둔다.
-책을 읽을 땐 고개를 숙이지 말고 독서대 등을 활용해 고개를 든 상태로 한다.
-스탠드만 켜고 책을 읽거나 불을 끈 채 TV를 보지 않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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