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몰려 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 아직까지는 "설마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겠느냐"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확산될 경우 세계 경제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 1년 만기 미 국채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대비 보험상품인 크레딧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0.90%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지난 2009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1년물 CDS 프리미엄이 사상 처음으로 5년물 프리미엄(0.65%포인트)을 웃돌았다.
이는 미 국채의 단기 부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 미국의 채무 한도 상향을 위한 협상 시한(8월2일)은 불과 5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좀처럼 협상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막판 대타협을 통해 가까스로 최악의 디폴트 상황은 면한다 해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용등급 강등의 악영향이 디폴트보다는 덜 하겠지만, 정부와 기업, 가계 등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고,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강등은 국가 경제에 대한 신뢰 손상으로 이어지며 성장 둔화,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경제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우울한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이날 공개한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더 더뎌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동부 6개 지역과 중부의 미니애폴리스, 미네소타 등 8개 지역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사정도 악화일로다. 재정위기는 'PIIGS' 국가를 넘어 군소국인 키프로스에까지 번졌다. 무디스는 이날 키프로스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두 단계 낮췄고, 이 나라 국채 수익률은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4번째 유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 역시 다시 안개 속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낮췄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역할을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만으로 범위를 제한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FT는 "아시아 국가들은 3년 전 경기부양책을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위기가 현실화하면 당시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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