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시어머니 참여시켜 공동 가이드라인 만드세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가 한두 번 기침만 해도 어머니는 병원 데려가 약을 먹이자 하시고, 과자든 사탕이든 아이가 떼 쓰면 밥 먹기 전이라도 못 이기고 내주시죠. 전 웬만하면 약 안 먹이고 싶고, 아이가 울더라도 군것질은 식사 후에만 시키고 싶은데요. 하지만 혹시나 어머니께서 마음 상하실까, 다투게 될까 쉽사리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남편한테 얘기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죠. 아이 버릇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결국 내 책임 아닌가 싶어요. 주변에선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차라리 돈 받고 아이 봐주는 아주머니를 들이는 게 어떠냐고 하네요.30대 중반 직장인(경기 일산서구 주엽동)
아이를 키우는 데도 사람마다 신념이 있지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평소 양육 모습에서 그 신념이 드러나게 마련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플 때나 떼를 쓸 때 양육하는 사람이 대응하는 방식도 그 신념에 따른 거겠죠. 양육에 관해 남편과 아내의 신념이 다르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신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 신념에는 차이가 있다 해도 한 아이를 함께 돌보는 사람들은 큰 틀의 철학을 공유해야 합니다. 혼자만 고민하지 말고 남편과 시어머니와 한 자리에서 아이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양육 가이드라인이나 아이 교육에 대한 공동의 목표 같은 걸 만들어보세요. 서로 조율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신념이 어떻게 다른지도 확인할 수 있을 거에요.
가족 공동의 양육지침이나 목표가 없으면 아이들은 금방 혼란을 느낍니다. 같은 상황에서 집안 어른들마다 다른 말과 행동을 하게 될 테니까요. 그 과정에서 어른들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감정싸움과 분란도 아이에게 분명 영향을 주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아이가 어른들 세계를 어떻게 알까 싶지만, 그건 어른들만의 착각이에요. 갓 돌 된 아이도 집안 분위기를 느끼니까요. 다만 말로 드러내 표현하지 못할 뿐이죠. 사람 몸은 생후 6개월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습니다.
여러 차례 시도해도 조율이 잘 안 되면 실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단 엄마 혼자가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이 다 같이 가야죠.
(한국일보 건강면은 '마음카운셀러'란 이름의 상담실을 운영합니다. 일상 속 고민이나 힘든 마음 이야기를 precare@hk.co.kr로 보내주시면 대신 전문가에게 상담해드립니다.)
상담 신의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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