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속출하며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우면산 산사태처럼 경기도에서도 사망한 29명 중 절반 이상이 붕괴위험지역으로 관리되지 않던 곳에서 산사태로 목숨을 잃어 재난 방재의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사망 사고가 '토석류(土石流:진흙과 돌이 섞여 흐르는 물)'의 위험성을 간과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5분께 경기 동두천시 상봉암동의 한 암자가 토사에 매몰된 상태로 발견됐다. 암자에 머물던 문모(67)씨와 박모(57ㆍ여)씨 등 3명이 숨졌고, 실종됐던 김모(11)양은 이날 오후 발견됐지만 숨진 뒤였다.
27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에서는 무너진 산이 펜션을 덮쳐 문모(68ㆍ여)씨 등 3명이 숨졌고, 9시50분께 신북면 심곡리의 한 주택에서는 최모(17)양이 토사에 매몰돼 사망했다. 오후 10시께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의 한 빌라 1층 정모(26)씨의 집에도 산사태로 인한 토사가 들이쳤다. 정씨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부인 유모(26)씨와 큰 아들(4)이 사망했고, 생후 3개월 된 둘째 아들은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대부분이 토석류로 인한 사고였다.
27일 오후 9시30분께 부산 남구 용호4동에서는 5층짜리 협진태양아파트 7동 뒤편의 9m 옹벽이 갈라져 68가구 주민 160여 명이 밤중에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경기도에서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산사태들은 공장이나 주택과 인접한 산비탈이 무너져 토사가 쓸려 내려오면서 발생했다. 암반이 아닌 풀과 나무가 무성한 토사사면이었고, 지자체들이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지정ㆍ관리하는 붕괴위험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이다. 포천시 관계자는 "산사태가 난 지역이 산밑이긴 해도 위험성이 없어 위험지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근우 강원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최근의 경사면 붕괴는 산사태보다 토석류에 의한 피해지만 우리는 넓은 범위의 산사태만 대비하고 있다"며 "일본은 산비탈에 5가구만 몰려 있어도 토석류 위험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비의 양도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긴 기간 동안 비가 내려 토양의 흡수능력을 넘어선 게 문제"라며 "나무가 자라고 있는 토사사면은 암반사면보다 덜 위험해 보여 관리도 덜 이뤄진다"고 말했다.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28일 오후 10시 현재 전국적으로 6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비가 그치고 수색작업이 본격화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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