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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광화문 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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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광화문 물바다

입력
2011.07.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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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백일몽에서 잠을 깬 것 같다. TV를 켜니 물난리다. 시뻘건 빗물이 당장이라도 화면 밖으로 콸콸 넘쳐날 것 같다. 장마가 끝났다고 했는데 장마보다 더 무서운 호우와 국지적 폭우가 휩쓸고 간 현장은 마치 테러 현장 같다.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꽃 같은 청춘인 젊은 대학생들의 죽음이 안타깝다.

대한민국과 지난해 G20 정상회의 개최도시인 수도 서울의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아직도 이 정도인가 싶어 안타깝다. 치산치수는 고대국가 시절부터 국가경영의 덕목이며 민생경제의 요체라고 했다. 그런데 21세기에도 산사태가 일어나고 실종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재민이 발생하는 아수라장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데 또 억수비가 쏟아진다니 이 끝이 벌처럼 두렵다. 100년에 한 번의 폭우라 변명하지 마라. 10년 만에 최악의 물난리라 둘러대지 마라. 서울은 이미 지난 해 추석 전날인 9월 21일에 '광화문 물바다'를 만들어 참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날 하루 서울지역 강수량은 259.5㎜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8년 이래 9월 하순 강수량으로는 102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그 이후 치수대책은 마련됐어야 했는데 아직 1년도 되지 않아 더 심한 현장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수도의 치산치수 대책이 이래서야 비가 올 때마다 서울특별시민들 불안해서 어떻게 살꼬.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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