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를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와 KT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방통위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본료를 낮추라고 하지만, KT는 다른 건 몰라도 기본료는 도저히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방통위의 요구에 통신사가 버티는 건 매우 드문 경우. SK텔레콤은 이미 지난 6월 기본료 1,000원 인하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런 KT에 대해 업계에선 "이석채 회장의 뚝심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본료 인하는 이제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이 회장의 힘겨루기가 되어 버렸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KT는 기본료 인하를 요구한 방통위에 가입자에게 무료통화시간을 최대 20~30분 추가해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당 통화요금이 통상 1.8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160~3,240원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는 무료통화시간 제공이 기본료 인하보다 이용자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게 KT입장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를 거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화량 자체가 적은 이용자에겐 무료통화시간 확대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다. 누구든지 동일하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기본료부터 인하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현재 방통위는 기본료 인하를 포함하지 않는 한 어떤 요금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KT 역시 완강하다. 무엇보다 기본료 인하는 직접적인 수익성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기본료 1,000원을 내리면 가입자가 1,600만여명인 KT로서는 앉아서 연간 4,600억원 가량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KT 관계자는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기본료를 1,000원 낮췄다고 해서 KT가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KT가 이처럼 방통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통신료 인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 회장의 태도가 완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실무선에선 방통위와 관계를 고려해 기본료 인하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 회장은 "CEO로서 회사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한 고위인사가 "이 회장의 결심에 달린 일이다. 제발 나한테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방통위 측에 '애원'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방통위 역시 옛 정보통신부 시절 장관(1995~96년)으로 모셨던 이 회장인 만큼, 강하게 압박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사실 방통위의 압박에 KT가 맞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초 단위의 요금부과방식을 1초 단위(초당과금제)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이 회장은 "초당과금제는 하나의 요금제일 뿐이다. 요금제는 상황에 맞게 기업이 알아서 정하는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KT는 SK텔레콤보다 9개월이나 늦게 초당과금제를 도입하게 됐다.
업계에선 결국은 이 회장이 기본료 인하카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든 규제권한을 쥔 방통위와 계속 맞선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8월 임시국회 혹은 9월 정기국회가 되면 국회의원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대립에 대해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선 "KT도 기본료 인하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CEO로서 회사수익을 우선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당국과도 맞서는 뚝심이 대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대립 와중에 KT가 예정에 없던 표현명 개인고객부문사장의 기자간담회를 28일 갖기로 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T가 이 자리에서 방통위의 요구를 수용, 기본료 인하계획을 발표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다만 KT측은 현재까지 "통상적인 간담회일 뿐 기본료에 대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히고 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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