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연 이틀 퍼부은 폭우로 물바다가 된 서울의 누적강수량은 27일 오후 11시 현재 471.5㎜. 올해 중부지역 장마기간 강수량(757.1㎜)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이날 하루 강수량도 오후 11시 현재 300.5㎜로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서울지역의 역대 최대치다. 기존의 최대치는 1987년 7월 27일 294.6㎜였다.
더욱이 이날 오전 수도권의 시간당 강수량은 60㎜이상. 서울 관악(113㎜) 일대는 1964년9월 116㎜가 내린 이후 47년 만에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집중됐다. 통상 집중호우는 시간당 강수량이 30㎜ 이상일 때를 뜻한다. 이번 폭우는 그 강도가 3배 이상인 셈이다.
장마가 끝났는데도 훨씬 독한 폭우가 쏟아진 것은 한반도 대기의 불안정 탓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통상 안정적인 대기에는 상층에 가볍고 따뜻한 공기가, 하층엔 무겁고 차가운 공기가 위치한다. 하지만 여름철 한반도 대기 상황은 정반대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집중호우가 잦은 이유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는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기류가 하층으로 유입돼 상층의 건조한 공기 덩어리와 충돌하면서 대류현상이 발생,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더욱이 대류가 발생하는 지점이 띠를 이루면서 엄청난 물을 머금은 강수밴드가 형성, 지역별 편차도 극심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15분 동안 중구 4.5㎜, 서대문 동대문 2.5㎜, 중랑 1㎜, 강북 은평 노원 성북 0.5㎜가 내린 반면 서초 28㎜ 관악 21.5㎜ 강남 과천 20.5㎜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 지역이 강북보다 최대 50배나 많이 쏟아진 셈이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대류는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몇 군데 물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며 "27일 오전에 서울 강남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던 현상도 그 지역 상공에서 대류 현상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번 폭우는 29일까지 연 나흘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한나절 쏟아지고 마는 게 집중호우의 통상적 패턴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기상청은 고온다습한 남서기류가 사할린 부근의 고기압에 가로막혀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한반도 상공에 계속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9일까지 최대 250㎜ 이상의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27일 밤부터 28일 오전 사이에 강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60㎜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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