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비롯한 한반도 중부지역에 26일부터 기록적 폭우가 퍼부었다. 돌풍과 천둥ㆍ번개를 동반한 폭우는 28일까지도 이어져 인적ㆍ물적 피해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처음 강우대가 수도권 좌우로 길고 굵게 늘어선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한강 수계의 홍수조절 능력이 세계적 수준이고, 수도권 주요 도시의 수방체제도 전국적으로 가장 잘 다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을 쏟아 붓는 듯한 비는 100년 주기의 폭우에도 견딘다는 수도권의 수방대책을 비웃는 듯했다. 서울 한복판인 명동과 광화문, 세종로 일대가 물바다가 되는 등 곳곳이 침수되고, 관악구 남태령 일대의 우면산 산사태로 적잖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강원 춘천의 펜션이 매몰되는 등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산사태가 잇따랐다. 도로 침수에 따른 교통 통제와 두절로 도로교통이 대란을 겪고, 전철역 침수로 전동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진 데 따른 생활 불편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워낙 많은 비가 내렸고, 그것도 좁은 지역에 몰려서 쏟아졌다. 27일 오전까지 서울에 내린 약 450㎜의 강우량도 기록적이지만, 강우가 집중된 관악구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100㎜가 넘는 100년 만의 강우량을 기록했으니 통상적 수방 대책이 의미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수도권이기에 이 정도이지, 낙동강이나 금강, 영산강 수계에 이런 비가 퍼부었을 경우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정체된 기압 배치와 대기 불안정 때문이다.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을 타고 유입된 고온 다습한 공기가 대기 중ㆍ하층의 건조한 공기와 부딪쳐 대기 불안정을 키운 데다 사할린 부근의 저지 고기압과 정체된 기압 배치를 이루었고, 국지적 호우는 이런 대기 불안정의 해소 과정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대기 불안정은 앞으로 더욱 심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당장의 방재와 복구도 중요하지만 이번 폭우를 계기로 장기적 수방대책 강화의 의지를 다져야 한다. 이번 수도권 폭우에서 고도로 강화된 수방대책의 새로운 기준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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