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안 주유소 설립을 골자로 내놓은 고유가 대책은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실질적 유가 인하방안이라기보다는 전시행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대안주유소는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공공기관을 포함한 사회적 공헌 차원의 출자자가 운영하며, 사은품 등 서비스가 없는 주유소다. 지식경제부 당국자는 국ㆍ공유지는 물론 보금자리주택 자투리 땅 등을 이용해 연내 최소 한 군데 이상의 대안주유소를 만들고, 폐업을 검토 중인 전국 1,300개 가량의 주유소를 인수해 대안주유소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청와대의 기름값 관심에 대한 행정당국의 고육책이라 이해하려 해도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는 판단의 근거는 크게 셋이다. 우선 자본시장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소상공인 공동출자, 사회적 공헌 차원의 대기업 출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지만 이는 정부가 강제하거나 읍소하거나 또 다른 이익을 줘야 가능한 발상이다. 이익 없는 사업에 누가 돈을 대겠는가.
시장상황이 제대로 파악됐는지도 의심스럽다. 석유공사가 싱가포르 등 국제시장에서 직접 유류를 공급받아 싸게 들여오겠다고 하나 서류상 국제시세보다 80원 가량 비싸 보이는 정유사들의 세전 공급가에는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부과금과 20원의 관세, 유통비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국내 정유사들이 더 경쟁력 있게 공급 받을 수 있다는 말을 100% 믿지 않더라도 정부 대책은 현실 파악이 안돼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시장을 이렇게 요란하게 흔들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없지 않다. 직접 주유나 사은품 제공금지 등은 대안주유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참여업체에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결국 국민 세금의 또 다른 유용이다. 국ㆍ공유지를 활용하고 보조금을 주는 대안주유소를 계획하면서 소비자 부담인 유류세를 고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고유가대책의 초점은 정치권이 아니라 소비자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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