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은 아이스하키 매니아들의 '해방구'다. 보통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시간에 아이스하키 중독자들은 스틱을 잡고 빙판에 나선다.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리고 있는 한라 프리미엄 아이스하키리그는 국내에서 유일한 동호인 아이스하키리그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활약했던 한국계 선수 백지선(짐 팩)의 이름을 따 '짐 팩 리그'라는 이름으로 2002년 출범했고, 2009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1부리그와 2부리그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선수 경험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2부리그에서는 8개 팀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평일 밤 10시와 11시부터 경기가 열린다.
2004년 창단한 팰컨은 한라 프리미엄리그 2부에서 손꼽히는 강자다. 올 시즌 2차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현재 3차리그에서 4전 전승으로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다. 스파이더와의 3차리그 4차전이 열린 26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팰컨 회원들은"아이스하키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직장인인 탓에 평일 밤 늦게 열리는 연습과 경기 일정이 버겁기도 하다. 그러나 팰컨 회원들은 "경기 일정이 잡히면 만사를 제쳐 놓는다"며 자신들의 일상은 아이스하키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는 서승표(34) 씨는 "여러 가지 운동을 접해봤지만 아이스하키의 중독성이 가장 강하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내가 소개해 리그에서 활약하는 사람 만도 9명"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하키 전도사'인 셈이다. 서 씨는 "보통 경험이 많은 사람이 수비수를 본다. 반경과 시야가 넓기 때문이다. 처음 경기에 투입될 때는 공격수로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는 '귀족 스포츠'로 불린다. 고가의 개인 장비 등으로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 씨는 "다른 종목과 비교할 때 '귀족 스포츠'라고 부를 만큼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대중화되고 있는 골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팀에서 활약할 경우 1개월 회비가 8~10만원 정도. 개인 장비의 경우 헬멧과 스케이트, 스틱 등을 합해 100만원 정도면 장만할 수 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아이스하키는 다른 종목과 달리 등록 선수 전원이 경기에 투입된다. 플레잉 시간에 차이가 있을 뿐 '벤치 워머'가 존재하지 않는다. 빙판과 벤치에 있는 선수 모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집중해야 한다. 팀의 부주장 정지혁(34) 씨는 "팀원들과 호흡을 맞춰 승리했을 때의 청량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개인적인 성취감도 좋지만 동료들과 같이 노력해서 땀의 결실을 얻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빙판에 나서는 매력을 설명했다.
초심자를 선수로 변신시키는 트레이닝 캠프도 있다. 한라 프리미엄리그는 일주일에 2회씩 입문자와 실제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대상으로 레슨을 진행한다. 김민기 코치는 "입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루키 캠프'는 스케이팅을 위주로, 선수를 대상으로는 퍽 핸들링과 슈팅 등 실전용 기술을 중심으로 지도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초심자라고 해도 3~6개월 정도면 스틱을 잡고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