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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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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물폭탄

입력
2011.07.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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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우리나라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하루 최다 강수량 기록은 2002년 8월 31일 강릉의 870.5㎜다. 태풍 루사가 몰고 온 다습한 공기와 북태평양 가장자리에서 불어온 북동풍이 태백산맥에 부딪혀 엄청난 양의 비구름을 만들어낸 결과였다. 당시 강릉은 차라리 호수라고 해야 할 정도로 모든 시가지가 물에 잠겼다. 시간당 최다강수량 기록은 1937년 7월 30일 서울에서 관측된 146.9㎜다. 시간당 50㎜ 정도면 마치 머리 위에서 양동이로 물을 들이붓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 3배나 됐으니 얼마나 엄청났을지 얼른 상상이 안 된다.

■ 26일 오후부터 서울 등 중부이북 지방에 쏟아지고 있는 비도 기록적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시간당 1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물폭탄이다. 누적 강우량이 500㎜를 넘는 지역도 있다. 서울 광화문은 지난해 9월에 이어 또다시 물구덩이가 됐고, 시내 곳곳의 도로가 강으로 변했다. 지하철과 도로교통이 끊겨 출퇴근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산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워낙 짧은 시간에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고는 하지만 수도 서울의 수방대책이 이 정도라니 한심하다.

■ 장마전선이나 태풍에 관계 없이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기상전문가들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의 대기 불안정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는 고온다습한 기류가 대기상층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면 강한 비구름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때 형성되는 비구름인 적란운은 수평으로 수~수십㎞, 높이로는 대류권의 꼭대기인 권계면(고도 10~15㎞)까지 도달하기도 한다.이렇게 발달한 적란운은 1,000만~1,500만 톤의 물을 품고 있는 하늘의 거대한 저수지다. 이게 짧은 시간에 쏟아져 물폭탄이 되는 것이다.

■ 이런 적란운은 보통 수명이 1~2시간밖에 안 되지만 주변 기상조건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하면서 며칠간 계속되기도 한다. 현재 서울 등 중부 이북지방에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집중호우가 전형적인 예다. 기상청은 사할린 부근에 버티고 있는 고기압 때문에 기압계의 흐름이 정체돼 집중호우를 가져오는 기상패턴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강우 형태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제까지의 강우기록에 바탕을 둔 수방대책을 전면 재검토해 보강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계성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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