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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생지옥 2시간, 엄마는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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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테러/ 생지옥 2시간, 엄마는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입력
2011.07.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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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누군가 총을 쏘고 있어요." "엄마! 사랑해."

노르웨이 테러용의자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총기를 난사하던 순간 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젊은이들은 다급히 부모에게 연락을 했다. 아들과 아버지의 통화는 마지막이 됐고, 모녀가 주고받은 문자에선 생지옥과 같은 순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일간 베르덴스강(VG) 등에 따르면 마리안 브렘네스는 사건이 일어난 22일 오후 5시 10분께 노동당 청년캠프에 참가한 딸 율리(16)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노동당 청년캠프에 참가한 율리는 "미친 사람이 총을 쏘고 다닌다"며 경찰에 알려달라고 다급하게 청했다. 브레이빅이 우토에위아섬에서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한 직후였다.

율리는 물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들키지 않도록 엄마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엄마는 "5분마다 살아있다는 문자를 보내라" "야! 너 살아있어?"라고 조바심을 쳤다. 딸은 "엄마 우리가 가끔 다툴 때도 있었지만, 사랑해"라고 말했다. 율리가 보낸 문자는 "아직도 총을 쏘고 있어" "(들킬까 봐) 고개를 못 들겠어" "경찰은 금방 잡을 수 있을까? 지금 헬리콥터가 날고 있어" 등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전했다. 마리안은 "범인이 경찰 옷을 입고 있다니 조심해"라고 주의를 줬고 "내 딸아, 나도 널 매우 사랑한단다"며 힘을 주었다. 모녀 간의 문자 연락은 브레이빅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뉴스가 나올 때까지 2시간 여 이어졌다. 율리에게 "드디어 잡혔대"라고 알린 뒤에야 마리안은 겨우 가슴을 쓸어 내릴 수 있었다.

마리안은 영국 스카이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무기력했다"며 "경찰이 브레이빅을 잡아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랐다"고 돌아보았다. 율리는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그와 함께 캠프에 참가한 친구 5명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율리와 달리 끝내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의 애틋한 사연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트롬소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군나르 리나커(23)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위해 휴학을 하고, 노동당 청년조직의 지역 총무로서 우토에위아섬 캠프에 참가했다. 총격이 시작되던 시간 그는 아버지 로알드 리나커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들을 "유머와 사랑이 넘치는 커다란 곰같은 차분한 아이였다"고 묘사한 아버지는 "아들이 '아빠, 아빠, 누군가 총을 쏘고 있어요'라고 말한 뒤 전화가 끊어졌다"고 말했다.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진 군나르는 다음 날 숨졌다.

26일 경찰이 76명의 희생자 처음으로 신원을 공개한 4명 중에는 군나르 외에 토브 크누첸(56), 카이 하우게(33) 등이 포함됐다. 정부청사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크누첸은 평소 출퇴근에 사용하던 자전거가 수리중이어서 퇴근길 지하철역으로 가다 사고를 당했다.

우토에위아섬의 딸에게서 연락을 받은 부모가 곧바로 테러 신고를 했으나 경찰이 철저히 무시한 사실도 드러나 원성을 사고 있다. 게이르 요한센은 딸의 얘기를 경찰에 전하자 "딸한테 직접 신고하라 해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제발 진지하게 들어달라"는 요한센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절망스런 답변만 계속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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