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 혹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관용주의는 북유럽의 신화에 불과할까.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의 연쇄 테러에도 불구, 노르웨이는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일부 북유럽인의 무의식에 자리한 불편한 진실, 바로 인종주의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헬게 루가스 노르웨이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르웨이가 다문화주의에 관용적이라는 평가는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신화에 가깝다"며 "많은 노르웨이인이 무슬림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종주의자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속마음을 말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현실적이다. 루가스는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문화 차별에 반대한다고 말해야 한다"며 "실제로는 50%의 노르웨이인이 이민을 줄여야 한다거나 이민이 통제 못 할 수준까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종주의반대센터의 루네 베르그룬 스텐은 미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통념과 달리 반이민주의가 노르웨이에서 꾸준히 설득력을 얻어가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르웨이처럼) 다른 나라가 갖추지 못한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는 나라는 보호주의나 국수주의 경향으로 흐르기 쉽다." 실제로 세계 5대 석유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여기서 올린 수입 덕분에 다른 유럽 국가가 겪는 경기침체와 재정위기에서 벗어나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런 특수 상황 때문에, 자신들이 향유하는 높은 복지 수준이 이민 유입으로 인해 질적 저하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홀려 온 이런 움직임을 애써 모르는 척 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번 기회에 반이민주의나 극우주의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라르스 굴레 오슬로대학 교수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기를 꺼려 이 문제를 오랫동안 방관한 결과, 많은 극단주의 사상이 인터넷 게시판과 같은 일상적 정치토론의 장으로 세력을 넓혔다"며 "이제는 누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움직임에 결부돼 있는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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