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의사가 세계 최고 의대로 평가받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를 놀라게 했다. 획기적인 수술법이나 치료제를 개발한게 아니다. 의사들이 잊기 쉬운 '환자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명품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대에서 헬스케어 매니지먼트 및 리더십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헌재(34)씨는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그가 출연한 3분22초 분량의 다큐멘터리 '환자안전 개선'(Improving Patient Safety)이 최근 교육발전지원협의회(CASE)에서 주는 '최고의 원'(Circle of Excellence) 영상물 분야 금상을 받은 덕분이다. 1994년 제정된 이 상은 CASE에 가입된 전 세계 68개국 3,400개 고등교육기관 구성원들이 1년 동안 진행했던 여러 공익적 행동을 전문가들이 심사해 수여한다.
한림대 의대를 졸업한 정씨는 2005년 전 세계에서 15명만 뽑는 존스홉킨스대 글로벌리더 양성프로그램 '소머 스칼라'에 선발됐다. 2006년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의료사고 및 환자안전 전문가 양성을 위해 선발한 '세이프티 스칼라'로도 선발돼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정씨에게 '환자 안전'개념을 정립시켜주고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병원이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숭고한 이미지만 부각시키기 보다는 치료과정에서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환자 안전'이미지를 갖춰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국내에서도 의료 사고 감소와 환자 안전 향상을 위한 강의요청이 이어져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에서 강의 하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의료 사고를 줄이고 환자 안전을 극대화하려는 그의 노력은 결국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이어졌다.
정씨가 직접 해설하는 방식의 다큐멘터리는 존스홉킨스대 홈페이지에 올라있다. 의료 사고 원인에 대한 고민과 의료 사고 예방에 대한 고찰도 들어 있다.
이런 그의 활동이 처음부터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의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몇 년 전 한국에서 처음 환자 안전에 대해 강의할 때 동료 의사 한 명이'존스홉킨스에서 공부한답시고 나갔다가 의사의 적이 돼서 돌아왔다'고 했던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자신이 만든 다큐멘터리가 얼핏 보면 의료인이 범한 실수를 잡아내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실제는 의료과오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앞으로 의사의 길을 환자 안전 분야에 두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정씨의 다큐멘터리는 현재 유투브에서 약 1,000회 조회를 기록할 정도로 상한가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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