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경영진이 27일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 형식으로 첫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 대응에 대해서는 그간 홍보실에서 밝혀온 대로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대부분을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비난과 직원들의 일치단결 호소에 할애했다.
KBS 경영진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최근 현안과 관련한 경영진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본질이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정치권이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수신료 인상안을 표결처리 하기로 약속해놓고도 이를 뒤집으면서 일어났는데도 어느 새 정치권의 합의파기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이른바 도청 의혹만 남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은 특히 새노조가 전날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67명 중 97%가 “도청 사건에 KBS가 연루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을 공개한 것과 관련, “전체 구성원의 10%만 응답한 것을 대부분 의견인양 공표하는 등 근거 없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수신료 인상과 관련)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며 일치단결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KBS 새노조는 “경영진이 ‘우리는 도청하지 않았다’ ‘녹취록을 한나라당에 넘기지 않았다’는 단 두 마디만 하면 지금의 위기를 넘을 수 있는데 결국 못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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