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우유업체의 가격인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구제역 여파에 장마ㆍ폭염 등으로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우유 생산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원유값 협상이 빠른 시일 안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가을 '우유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에서 250여대의 버스를 타고 상경한 낙농육우인 7,000여명은 26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원유가 현실화 등 낙농업 회생 대책을 요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낙농육우협회는 "이상기후로 우유생산은 감소하고 경비는 폭등했는데도 목장 원유 기본가격은 2008년 이후 3년간 동결된 상태"라며 "더 이상 원유가를 더 이상 묶어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아울러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낙농업 피해 대책과 사료값 안정 대책, 육우 가격 안정 대책 등을 요구했다.
낙농 축산농가는 시중에서 2,200~2,300원에 팔리는 1ℓ짜리 우유용으로 현재 704원에 원유가 공급되고 있는데, 이를 최소 877원까지 24.6%(173원)은 올려야 한다는 입장. 하지만 우유업계는 5.8%(41원)밖에는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은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특수법인인 낙농진흥회가 통계청이 산출한 생산원가를 근거로 생산자와 우유업계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 1개월 전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양측은 의견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해 왔다. 결국 몇 번에 걸친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자 낙농가들이 장외 투쟁에 나선 것.
낙농인들은 이번 집회에서 우유업계뿐 아니라 정부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우유업계가 겉으로는 반발하면서도 과거 사례와 사료비, 구제역 등의 영향을 알고 있어 사실상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물가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정부가 배후에서 우유값 인상을 억제하려고 해 협상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작년 한해만 500여 낙농가가 폐업했으나 정부는 구제역을 이유로 수입 유제품 무관세 물량을 확대해 우유업체만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며 "통계청이 제시하는 생산원가도 전혀 현실과 맞지 않아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중요 항목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원유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우유 공급을 거부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전례를 보아 이번에도 두 자릿수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어 원유 가격 상승분을 우유나 유가공 식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우유값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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