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될 것 없으니 그대로 강행하세요."
서울 강동구 천호동 3층 상가건물 붕괴 13일 전인 지난 8일. 리모델링 확장 공사에 나선 시공사와 리모델링 직원 2명이 공사 강행 여부를 묻기 위해 해당건물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모(56)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이씨가 한 말이다.
여관으로 사용되던 211㎡ (약 63평) 규모의 2층 내부는 기둥 하나 없이 객실을 구분하는 내력벽들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 시공사측은 벽을 무리하게 철거하면 건물 하중이 바닥에 집중돼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전했지만 이씨는 보강시설인 H빔 몇 개만 설치하면 되니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중앙 통로벽 2개와 내력벽 12개가 철거됐고 대신 H-빔 6개가 임시방편으로 세워졌다. 업체들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위험성을 애써 무시했다. 다른 현장에서도 이런 경우는 허다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이 건물은 20일 오후 "쩌어억"하는 금 가는 소리와 함께 폭삭 주저앉아 이모(58)씨 등 인부 2명이 사망하고 행인 등 15명이 부상했다.
현행 건축법은 면적 200㎡(약 60평) 이상 3층 건물에서 내력벽 등 건물의 중요부분을 30㎡ 이상 변경할 때 반드시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무시했다.
이씨는 구청 허가를 기다리는 1, 2주간 공사가 지연되고 건물 안전진단을 위해 필요한 건축사 컨설팅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허가를 신청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무너진 건물의 구조 및 면적을 따져봤을 때 적어도 20개가 넘는 H-빔이 필요하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이씨가 위험을 알고도 공사비를 아끼려 철거를 강행했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26일 서울 강동경찰서는 붕괴 사고 이후 잠적한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같은 혐의로 리모델링 하청업체 대표 한모(40)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리모델링 시공사 이사 신모(46)씨를 불구속입건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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