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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년째 노인장기요양보험 위기/ 절반이 가짜 환자…"거짓말 뻔히 알면서 요양 등급 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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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년째 노인장기요양보험 위기/ 절반이 가짜 환자…"거짓말 뻔히 알면서 요양 등급 내줘요"

입력
2011.07.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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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요양등급을 내주는 실정입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요양 보험 수급자의 절반은 가짜 환자'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인력 확충과 제도 개선을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격무에 지쳐 이직을 결심했다는 건강보험공단 요양직 직원 A(30ㆍ여)씨의 고백이다.

도입 3년째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재정흑자와 수혜가정 증가로 표면적으로는 성공적 정착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정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부정수급 현황

건보공단이 취합한 부당수급 사례에 따르면, 한 요양시설은 수용 노인들이 계속 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조사를 받을 때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 몸을 가눌 수 없어야 높은 등급을 받기 때문에 등급조사에 맞춰 노인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 요양2등급(휠체어 생활자) 판정을 받은 한 수급자가 지팡이 없이 혼자 교회에 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거동이 어려운 수급자의 집에 외출복이 너무 많이 걸려 있는 것을 유심히 본 공단 직원이 예배시간에 맞춰 몰래 대기한 끝에 적발했다. 또 3등급(부축해야 걸을 수 있는 경우) 판정을 받은 수급자는 병원에서 휠체어를 밀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현장 직원들은 부정 수급의 상당수는 요양기관과 요양보호사가 부추기고 있다고 전한다. 가정에서 서비스를 받는 수급자에게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재가기관들은 '등급 확실히 내드립니다(받아드립니다)''생활비로 매월 50만원 지급(공단에서 급여받으면 나눠주겠다는 것)'이라는 전단지를 뿌리고 있을 정도다. 한 요양기관의 요양보호사 교육과목에는 수급자가 되기 위해 '①배우자를 알아보지 말 것 ②기저귀를 착용할 것 ③질문에 답하지 말 것'과 같은 허위 진술 요령까지 가르치는 일도 적발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수급으로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128억원(2,311건). 수급자가 28만명(등급이 인정됐으나 서비스 수급을 미룬 사람을 포함하면 31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많지 않은 수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적발되지 않은 부정이 더 많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요양보험 도입을 추진할 때 2010년 수급자 예상규모를 17만명(노인 인구의 3.1%)으로 추계했으나 실제로는 두 배(노인 인구의 5.8%)나 혜택을 받게 된 것도 만연한 부정수급 실태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제도 미비

현행법상 '등급 확실히 받아 드립니다'와 같은 전단지를 배포해도 제재할 수 없다. 알선유인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를 어길 경우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또 등급 탈락한 대상자가 무한정 재신청을 해도 그 때마다 나가서 다시 등급 조사를 해야 한다. A씨는 "신청 기한이나 횟수 제한이 없어서 요양등급을 인정받지 못하면 '인정을 받을 때까지 넣겠다'며 계속 신청하고, 건보공단 직원들은 거짓말 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 등급을 내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신청이 들어오면 14일 내 조사를 나가고, 30일 안에 판정을 내려야 한다. 현장 직원들은 신청 남발을 막기 위해 한번 떨어지면 3개월 정도 신청 제한 기한을 두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노인 질병의 특성상 10일에도 급속히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서비스 질 저하

결국 피해는 요양지원이 절실한 선의의 수급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공단 직원이 담당하는 수급자가 늘면서, 서비스 점검과 요양기관 평가 여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상당수 요양기관과 재가기관들은 서비스 질을 높이기 보다 수급자 유치에 혈안인 실정이다.

공단에 적발된 시설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야간에 혼자 근무하면서 치매증상이 있는 노인은 약물을 투여해 잠들게 하고, 대소변을 실수하면 때리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해진 식단과 다른 식사가 제공되고 유효기관이 지난 음식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었다.

◆장기요양보험이란

거동이 힘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수발ㆍ가사지원ㆍ목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64세 이하라도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으면 대상이 된다. 등급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과 가정방문 요양보호사에게 한달 81만~150만원 가량을 지급한다. 이중 15~20%는 본인 부담이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와병상태이면 1등급,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면 2등급, 보행보조기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을 때 3등급으로 분류한다. 건강보험공단이 운용을 맡고 있으며, 재원은 건강보험가입자가 내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건강보험료의 6.55%를 추가 징수해 마련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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