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정치인은 적지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모두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입으로 대중의 마음에 다가가야 할 뿐 아니라 실력도 갖춰야 한다.
가요계와 정치권은 그래서 서로 배운다. 요즘 서바이벌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 '슈퍼스타K' 등의 인기 열풍이 정치권에 몰아치고 있다. 정치권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순차적으로 탈락자를 골라내면서 최고수의 가수를 뽑는 방식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야권, '나가수' 같은 후보 선출 구상
여야의 일부 정치인들이 '나가수' 방식으로 국회의원후보와 대통령후보를 뽑자고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야당은 국민 오디션 방식의 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요즘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도토리 키 재기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오디션 방식의 경선을 거쳐 대통령후보로 뽑히는 순간 국민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스타로 떠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오래 전부터 거물 스타로 자리잡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도 시소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현재 야권의 대선 레이스에서 혼자 앞으로 치고 나간 주자가 없기 때문에 나가수 방식을 적용할 경우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2위권 주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6~7% 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손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서 야권의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동영,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도 나름의 조직력과 지역기반을 갖고 있어서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안개 속에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상황은 영 딴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35% 가량의 압도적 지지율로 독주하고 있어서 나가수 방식의 경선이 치러지기 어렵다. 박 전 대표를 추격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은 3~7%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 뒤 내년 12월에 대세론을 업은 대형 스타와 나가수를 통해 뽑힌 새로운 스타가 대결을 벌인다면 누가 유리할까. 치열한 순회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의 위력이 폭발적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지역별 순회 국민경선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가 됐던 것은 국민 오디션의 힘을 잘 보여준 사례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시 대세론의 주인공이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대권 고지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당선 과정도 그랬다. 오바마는 민주당 오픈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통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은 뒤 여세를 몰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여당 치열하고 공정한 경선 치러야
물론 대세론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독주하던 후보가 험난한 경선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후보로 선출될 경우 여권 내부의 갈등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박근혜 대세론'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3년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다. 또 박 전 대표의 지지율도 과거 유력 주자들의 지지율보다 약간 더 높은 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때 박빙의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세론에 안주하면 위험하다는 논리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 대세론을 언급한 것은 잘못됐다. 홍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방해 공작만 없다면 현재로선 박 전 대표가 대통령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공정 경선을 해칠 수 있는 발언으로 매우 위험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치열하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뽑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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