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외환건전성 확충을 독려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잇단 경고음이 예사롭지 않다. 달러 제방을 쌓기 위한 정부의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언제 몰아칠지 모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간부회의에서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확보를 각별히 챙기라"고 주문했다. "금융기관의 외환건전성과 유동성 확보는 대단히 중요하다"(21일), "올해는 외환건전성 문제를 1번으로 하겠다"(23일) 등에 이어 하루 건너 한 번 꼴로 이뤄지는 경고다. 앞서 금융위는 12개 은행들이 참여하는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특별점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에 하나 금융위기가 발생해 달러 조달 통로가 막히는 경우에 대비해 달러 자금 조달을 장기로 하고, 크레딧라인(신용한도)을 만들어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달러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이 달부터 투기적인 선물환 거래에 따른 단기 외채 증가를 막기 위해 선물환 포지션(외화자산-부채) 한도를 20% 축소했고, 최근에는 원화 환전 목적의 김치본드(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채권) 발행을 사실상 금지했다.
위기 때마다 급속히 빠져나가며 우리 외환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단기외채 규모는 작년 말 1,350억달러에서 올해 3월 말 1,467억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4월 이후에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3,000억달러를 넘는 외환보유액이 안전판 구실을 하겠지만, 전례를 볼 때 뭉텅이 자금의 이탈이 시작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급격히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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