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속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후 신작 '오이디푸스' '3월의 눈' 등을 선보이며 호평을 얻어 온 국립극단이 실험을 계속한다. 폴란드의 정상급 연출가 타데우시 브라데츠키와 손잡고 8월 23일(21, 22일 프리뷰)부터 9월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 독일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 원작 연극 '보이체크'를 올린다.
'보이체크'는 가난한 이발병 보이체크가 사회 기득권층인 의사와 대위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다 부정한 연인 마리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야기다. 왜 사람은 존재하는가와 같은 인간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는 미완의 희곡으로 연출가의 색채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극단 노뜰,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구보탄츠떼아터 등에 의해 여러 차례 무대화됐다.
연출가 브라데츠키는 "원작에 충실하되 특정 장소, 국가가 아닌 오늘날의 시점에 맞춰 한국 관객을 이해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스타리 극단에서 7년간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현재 실롱스크 극단의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미국, 캐나다, 러시아에서 작업한 데 이어 이번에 한국 배우들과도 함께 일하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넓고 깊은 연극 문화의 힘에 놀라고 있다"고 첫 방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무대에는 이호재 서상원 서주희 등 연극계의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브라데츠키와 10편이 넘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미술감독이자 영화 의상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야그나 야니츠카가 무대와 의상 디자인을 맡은 점도 기대를 모은다. 그의 전작들처럼 이번 공연도 단순함이 강조된 무대로 꾸며질 전망이다.
한편 새로운 관객 개발을 역점 사업 중 하나로 꼽고 있는 국립극단은 8월 4일 일반 관객에게 '보이체크'의 연습 과정을 공개하는 '관객학교'를 열 예정이다. (02)3279-2233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