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광주 구장에서 열린 KIA-삼성전. 불과 9일전 맞대결을 벌였던 1, 2위 간의 후반기 개막 '리턴 매치'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KIA는 10년 전 이날을 끝으로 벗었던 '공포'의 검정색 하의를 착용하며 '해태 정신'으로 무장해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통산 9차례나 우승을 안겼던 해태 유니폼은 삼성 장원삼(28)의 역투 앞에 힘을 잃었다. 삼성이 KIA에 5-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2연패에서 탈출, KIA와의 승차를 다시 1경기로 좁혔다. 극적인 역전승의 발판을 놓은 주인공은 단연 장원삼이었다. 장원삼은 선발 7이닝 4피안타 4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팀 승리를 이끌고 자신은 시즌 4승(4패)째를 수확했다.
삼성으로서는 뜻 깊은 승리였다.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와의 맞대결 승리였을뿐더러 선발승으로 KIA의 '선발 야구'를 제압했다. '불펜 야구'의 대명사인 삼성이 마지막으로 선발승을 올린 주인공도 장원삼(6월 23일 대구 한화전)이었다.
강한 불펜에 반해 위력적인 선발 투수가 없어 고심하던 류중일 감독의 근심을 후련하게 덜어주는 33일(15경기) 만의 선발승이었다. 지난해 7월 4일 이후 387일 만에 KIA전 승리를 거둔 장원삼은 "우리 선발 투수들이 한 달 이상 승이 없어 올스타전 때 선발들끼리 모여 분발을 다짐했는데, 내가 후반기 첫 스타를 잘 끊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승부처는 8회초였다. 1-2로 뒤진 삼성은 2사 후 4번 최형우가 중전안타로 살아나가며 불씨를 살렸다. 이어 1실점으로 역투하던 KIA 선발 트레비스가 내려가고 한기주가 등판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했다. 2사 1ㆍ2루에서 6번 강봉규의 중전 적시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삼성은 7번 신명철의 2타점 우월 결승 2루타로 기어이 승부를 뒤집었다.
계속된 2사 3루에서는 8번 진갑용의 쐐기 우전 적시타가 터지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2사 후에만 5안타로 4점을 뽑는 응집력을 발휘한 삼성은 예정된 수순대로 8회 정현욱(1이닝 무실점), 9회 오승환(1이닝 무실점)을 앞세워 간단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구원 1위 오승환은 27세이브째.
KIA로선 두고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조범현 감독이 8회 2사 1루에서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트레비스를 교체하고 한기주를 올렸으나 크나큰 패착으로 돌아간 것. 전반기 막판 2경기에서 5와3분의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2세이브를 따낸 한기주는 이날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4피안타 3실점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부산에서는 SK가 홈런 4방으로만 8점을 뽑으며 11-2 대승을 거뒀다. 안치용은 2회와 8회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3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올시즌 최다 득점을 몰아친 SK는 6월15일 인천 롯데전 이후 41일 만에 3연승 행진에 성공했다.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이승호(37번)가 승리 투수(6승)가 됐고, 3안타를 때린 박진만은 역대 27번째 개인 통산 700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부산=함태수기자 ht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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