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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성곽길 탐방 프로그램 참여해보니/ "성벽길 걸으니 역사책 속을 걷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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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동 성곽길 탐방 프로그램 참여해보니/ "성벽길 걸으니 역사책 속을 걷는 것 같아요"

입력
2011.07.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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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부분 큼직한 돌들은 태조 때 쌓은 거예요. 크기도 모양도 조금씩 다르죠. 윗부분 비슷한 크기의 좀 더 작은 돌들은 세종대왕 때 쌓은 겁니다. 옥수수 알처럼 가지런하죠."

24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 성곽길 초입에 둘러선 사람들은 변혜정 문화유산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장충동 성곽길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로, 대부분 여름방학을 맞아 나온 엄마와 아이들이었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 역에서 장충체육관 쪽으로 나와 약수역 방향으로 200m쯤 걸으면 오른쪽 골목에 성곽길 초입이 있다.

"서울 성곽의 총 둘레는 18.2㎞인데 오늘 걸을 곳은 남산 동쪽 2.3㎞ 구간입니다. 조선시대 때 쌓은 성벽을 많이 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변씨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그린 지도가 새겨진 수건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성곽길 바닥은 나무 데크와 널찍한 돌로 정비돼 있어 걷기 편했다. 중간중간 성벽 형태가 다른 곳이 나타났다. 태조 때 것보다는 크고 세종 때 것보다는 작은 정사각형 형태의 돌들이 규칙적으로 쌓여 있었다. 숙종 때 만든 것들이다.

주위 돌들보다 밝은 색깔의 돌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이 하얀 돌들은 성곽을 보수할 때 끼워 넣은 거예요. 작년에 와서 보니 돌에 하나씩 번호를 매겨서 해체한 후 보수가 필요한 부분에 새 돌을 끼워 넣었더라구요."

걷기 시작한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성곽 중간에 어른 두 사람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통로가 나왔다. "여기가 암문, 말하자면 토끼굴이에요. 급한 일이 있을 때 비밀스럽게 사용하던 문입니다."

암문을 통해 성곽 안쪽으로 들어갔다. 길은 바닥이 흙이라 푹신했고, 제법 큰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시원했다. 왼쪽으로 호텔신라 정원이 있었고, 오른쪽 성곽 너머로는 주택가가 내려다 보였다.

성곽 안쪽 길은 바깥쪽보다 높아서 성벽 형태는 볼 수 없었지만 여장(女墻:성벽 위에 쌓은 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세로로 길쭉한 구멍은 근총안(近銃眼)이고 정사각형 형태는 원총안(遠銃眼)이에요." 총안을 총을 쏘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이다. 들여다 보니 근총안은 아래로 경사가 져 있어 가까운 곳이 보였고, 원총안을 통해서는 직선 방향으로 먼 곳을 내다 볼 수 있었다. 총안 등 여장 부분은 1970년대에 정비됐다.

동작구에서 아들과 아들 친구를 데리고 온 고경숙(42)씨는 "옛날에 학교에서 배우던 것을 직접 보니까 새삼스럽네요. 아이보다 제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상장회사를 퇴직하고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변씨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젊을 때부터 아이들과 종종 답사를 다녔는데 이제 애들도 다 결혼시키고 취미로 해설을 한다"고 말했다.

성곽길 탐방 프로그램은 선착순 30명을 대상으로 매주 일요일 열린다. 신청은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junggu.seoul.kr)에서 할 수 있다.

글·사진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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