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A고 2학년 이모(17)양은 올해 1학기 때 단체헌혈을 위해 학교에 온 헌혈차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이양도 지원했지만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 이 양은 "헌혈 한번이면 자원봉사 4시간을 인정해 주는데…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헌혈을 가장 많이 하는 연령대는 20대라는 그간의 통념이 곧 깨지게 생겼다. 헌혈을 자원봉사활동으로 인정해 주면서 고교생들의 헌혈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원봉사 시간을 빌미로 고교생들의 헌혈을 유도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한적십자사가 이달 초 펴낸 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은 역대 최다인 266만4,492건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고교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16~19세가 102만9,544건(38.6%)으로 만20~29세(109만4,217건ㆍ 41.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고교생이 많은 인천 울산 경기 등에서 이미 16~19세 헌혈 건수가 20~29세를 넘어섰다. 여성(76만6,279건)도 16~19세 헌혈이 40만8,491건(53.3%)으로 20~29세(27만1,335건)를 앞질렀다.
헌혈 증가율 자체도 16~19세가 20대를 크게 앞선다. 지난해 16~19세 헌혈은 2009년(89만7,580건)보다 14.7% 늘어났지만 20~29세는 3.7% 감소했다.
이 같은 고교생 헌혈 증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헌혈 1회당 자원봉사 4시간을 인정해준 영향이 크다.
통계상으로도 봐도 지난해 16~19세 헌혈 지원자는 126만9,017명으로 20~29세(123만1,585명)보다 많았지만 실제 헌혈 건수는 20대보다 적었다. 20만3,003명이 헌혈 부적격자였던 것이다. 건강이 뒤따르지 않지만 봉사활동을 대체할 수 있어 고교생들이 너무 나도 지원한 결과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하는 헌혈도 자원봉사로 볼 수 있다"며 "학생 헌혈은 반드시 부모의 동의 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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