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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 연극제 '햄릿 업데이트' 준비하는 이성열·김광보·양정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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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 연극제 '햄릿 업데이트' 준비하는 이성열·김광보·양정웅씨

입력
2011.07.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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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모임 때 성열 형 이야기 들어 보니 재미있던데 형이 먼저 공연하시면 어때요?" 극단 여행자 대표 양정웅(43)씨가 선수를 치자,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이성열(49)씨가 질문으로 되받는다. "그럼 총연출은 당신이 할래? 누군가 한 사람은 총연출을 맡아야 하잖아." 한 발 빼고 설왕설래를 지켜보던 극단 청우 대표 김광보(47)씨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학로의 대표 연출가들이 지난 23일 밤 10시 서울 혜화동 커피숍에 모였다. 이들 세 극단은 다른 극단 3곳과 함께 동숭동 1-18번지, 대학로 한 복판에 자리잡은 정보소극장을 공동 운영하며 기획 프로그램 ' 햄릿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다. 쉽지 않은 공동 작업을 논의하느라 이들의 이야기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대학로의 대표적 극단 6곳이 꾸미는 '햄릿 업데이트'는 셰익스피어 원작 '햄릿'을 모티프로 한 작품들을 같은 무대에서 소개하는 일종의 동인 연극제다. 8월 20일부터 9월 4일까지 백수광부, 청우, 여행자가 만든 30분 분량의 작품 세 편을 묶어 한 무대에 올리고, 9월 9~25일에는 극단 골목길(연출 박근형), 풍경(연출 박정희), 작은신화(연출 최용훈)의 작품을 엮은 두 번째 공연을 선보인다. 2009년에 이은 제2회 정보연극전이다.

배우 겸 연출가 고 박광정씨가 운영하던 정보소극장은 겨우 94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연극인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혜화동 로터리에서 이화동 사거리에 이르는 대학로(1.1㎞)는 연극의 메카처럼 알려졌지만 요즘은 순수 연극을 올릴 공연장을 찾기 어렵다. 혜화동 로터리 너머 혜화동과 명륜동을 가르는 우암길을 중심으로 한 소위 '오프 대학로'가 연극의 중심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 대표는 "대학로 중심가에도 민간 극단이 운영하는 극장을 늘려야 한다. 우리가 이곳에서 극장을 하나라도 차지하고 순수 연극의 불씨를 키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정보소극장은 그 불씨를 지피는 전초기지인 셈이다.

김 대표와 양 대표는 "특정 단체의 초빙 연출가가 아니라 내 극단의 이름으로 공연을 올리는 게 올 들어 처음"이라고 했다. "극단 지원은 예전보다 까다로워졌고, 기획자가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연출가와 배우를 섭외해 공연을 만드는 상업 프러덕션 시스템이 대학로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양 대표)는 이야기다.

자연히 그들에게 정보소극장은 실험적인 작품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그래서 '햄릿 업데이트'도 거의 원작을 차용한 재창작에 가깝게 꾸몄다. 백수광부의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공연장 분장실을 배경으로 햄릿과 오필리어, 분장사가 이어가는 긴 독백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청우의 '렛 뎀 토크'(Let them talk)는 햄릿 오필리어 등이 다수의 자아로 등장해 '햄릿'이 비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또 여행자는 극단이 2009년 만든 '햄릿'을 해체ㆍ재조합한 급진적인 퍼포먼스 '영매 프로젝트2-햄릿'을 선보인다. "햄릿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초상을 담기 위한 시도"(이 대표)다.

이들에게 같은 원작으로 같은 무대에 나서는 '햄릿 업데이트'는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좋은 기회다. 김 대표는 "우리가 그냥 수다 떠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각자의 작품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들어보면서 경쟁까지는 아니라도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02)889-3561

글ㆍ사진=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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