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100m를 9초58에 주파하는 총알 탄 남자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를 설명하는데 이 보다 더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주식으로 치면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이듬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까지 줄곧 상한가를 기록한 초우량주이자 대장주다. 볼트가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나홀로’ 레이스를 펼칠 것이라는데 많은 육상전문가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시속 43.4km로 41걸음(10초23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국영이 47~48걸음)만에 100m 결승선을 통과하는 볼트를 따라 잡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대 2위 타이슨 가이(29ㆍ미국)의 기록이 9초69인데 그나마 가이가 부상으로 대회불참을 선언해 볼트의 싱거운 승리마저 점쳐지고 있다.
볼트의 광속 질주는 100m를 넘어 200m와 400m 계주까지도 세력을 확장할 예정이다. 베이징올림픽과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선뵌 기세 그대로다. 올림픽과 2개의 세계선수권 등 3개 메이저 대회에서 3연속 3관왕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쯤 되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은 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볼트의 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볼트 스스로가‘찬 물을 끼얹고’있다.
볼트는 22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모나코 대회를 앞두고 “대구 세계선수권에서는 세계신기록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9초6~7대를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전성기 때의 몸 상태를 회복하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는 "아킬레스건과 등 부상으로 볼트의 최근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 만은 분명하다"며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파월이 볼트에 앞서 결승선을 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성박사는 이어 "볼트가 비록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치더라도 그 자체가 빅뉴스"라며 "이래 저래 볼트의 유명세로 대회가 들썩거릴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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