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가 영 미덥지 못하다. 국회 저축은행비리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어제까지 이틀 동안 피해 구제책을 둘러싼 선심성 입씨름을 벌이느라 부산지역 현장조사를 또다시 허비했다. 국조특위는 가뜩이나 지난달 24일 출범 이래 비방과 폭로, 증인 채택 이견 등으로 한 달여 동안 시작도 못한 채 파행해왔다. 이러다간 내달 12일까지 불과 2주일 여 남은 일정을 변죽만 울리다 끝내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사건은 권력과 유착한 대주주와 경영진이 정부기관의 비호와 묵인 하에 서민들의 재산을 빼돌린 파렴치 범죄다. 그러니 여야가 피해자들 앞에서 피해 구제책부터 내놓은 것 자체를 욕할 순 없다. 문제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5,000만원 이상 예금자도 구제할 방안을 찾자는 한나라당 입장과, 저축은행 자산 매각과 부실 책임자 은닉재산을 환수해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피해액을 전액 보전해주자는 민주당 입장 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여야가 이런 식으로 조율조차 되지 않은 대책으로 힘겨루기만 하는 건 포퓰리즘을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우롱이다.
국조특위의 진정한 임무는 정경유착과 관리감독 부실 등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만 해도 불법 대출금 5조원의 10%에 이르는 5,000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거나, 부산저축은행의 캄보디아 투자가 과거 정권의 대북정책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 또 캄코뱅크(Camko Bank)에서 1,928만 달러(약 210억원) 규모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얘기 등 수두룩하다. 여기에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유착한 권력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구심도 하늘을 찌른다.
국조특위는 28~29일 문서검증, 8월 2~3일 기관보고를 받는다지만, 청문회 일정은 여전히 12일 전에 한다고만 해둔 상태에서 미정이다. 뒤끝을 이렇게 흐려놓고서는 제기된 의혹 규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여야는 증인 채택과 청문 이슈를 빨리 확정해 집중력 있게 조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