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의 발언과 행적에 본의 아니게 엮여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황당한 상황을 맞은 이는 브레이빅이 자신의 선언문에서 존경하는 인물로 묘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브레이빅이 푸틴 총리를 '단호한 지도자'로 칭찬한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총리실은 즉각 반박 성명을 발표하며 손사래를 쳤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총리실 대변인은 "브레이빅은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이며 완벽하게 미친 사람"이라며 "그가 뭐라고 했던 그것은 광인의 망상일 따름"이라고 강한 어조로 브레이빅의 행위를 비난했다.
브레이빅이 선언문에서 러시아 친정부 청년 조직인 나쉬를 "때묻지 않은 긍정적인 조직"으로 평가한 데 대해, 나쉬의 마리아 키스리트시나 대변인은 인테르팍스 통신에 "이런 맥락에서 우리 조직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라며 브레이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브레이빅의 선언문 때문에 촉발된 불똥은 대서양 건너 미국과 캐나다 내 반이슬람 성향 논객들에게까지 튀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브레이빅의 글을 보면 그가 미국에서 벌어진 이슬람 관련 논쟁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은 브레이빅이 의 작가 브루스 바워, 을 쓴 영국 칼럼니스트 멜라니 필립스, 를 펴낸 영국 작가 지젤 리트먼의 등의 글을 자주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등에는 "반이슬람 주의를 조장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편 브레이빅은 선언문에서 ▦이명박 대통령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헤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자유당 당수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 등을 만나고 싶은 인사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히피 공장으로 전락한 유럽대학과 달리 한국대학은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길러낸다" "전통적인 성 역할을 유지하면서 기독교가 세력을 키우는 국가" 등 총 68차례나 한국(Korea)을 언급하며 여러 차례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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